동·서독 가로 지른 녹색띠, 시민 손으로 지킨 생명의 공간
동서 대립 옛 국경 ‘철의 장막’
통일 후 자연·문화·역사 공존
아이제나흐 구역 그뤼네스반트
환경단체·시민 노력 140㎞ 보존
나무심기 캠페인·생태 연구 지속
냉전의 공간에서 화합 상징으로
통일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
“DMZ 보존 남북 공감대 형성 우선”
인터뷰 ┃독일환경

▲ 통일 전,동독 땅이었던 독일 튀링겐 주(州)의 도시 아이제나흐에 ‘철의 장막’이 보존된 가운데 장막을 기준으로 왼쪽이 동독,서쪽이 서독 경계이다.
▲ 통일 전,동독 땅이었던 독일 튀링겐 주(州)의 도시 아이제나흐에 ‘철의 장막’이 보존된 가운데 장막을 기준으로 왼쪽이 동독,서쪽이 서독 경계이다.

[강원도민일보 박지은 기자]45년 간의 분단 현실을 딛고 통일의 문을 열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지 30년(11월9일)을 맞았다.한국 전쟁이 남북의 DMZ(비무장지대)를 조성했 듯,독일 분단 또한 동·서독을 따라 ‘철의 장막’을 만들어냈다.그러나 독일 국경은 남·북한의 국경만큼 절대적으로 막혀 있지는 않다.냉전의 그늘 속에 신음하던 동·서독이 대립한 옛 국경인 ‘철의 장막’이 둘러쳐진 죽음의 땅은 통일 후,자연과 문화,역사가 공존하는 생명의 땅,그뤼네스반트(Grunes Band·녹색띠)로 거듭났다.


독일 통일 전,동독 땅이었던 튀링겐주.통일 전,서독과 경계를 이룬 튀링겐주는 그뤼네스반트의 절반이 집중돼 있다.

그뤼네스반트 조성은 독일 최대규모 환경단체인 분트(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1989년부터 프로젝트가 가동,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자연보호구역으로 변모했다.

지난 1일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의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약 3시간 여에 걸쳐 튀링겐주의 아이제나흐 기차역에 도착해 다시 차량으로 40여 분을 이동,그뤼네스반트 구역에 도착했다.

튀링겐 숲 한복판에 위치한 아이제나흐는 인구 5만여 명의 작은 도시로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의 고향이기도 하다.

아이제나흐 구역 그뤼네스반트는 독일 내 그뤼네스반트 구역 중 140㎞에 걸쳐 동·서독 통일 전,‘철의 장막’이 보존돼 있는 유일한 구역이다.철의 장막을 기준으로 왼쪽이 동독,오른쪽이 서독 경계다.동쪽 구역은 당시 각종 지뢰와 철조망,감시타워,자동발사장치 등이 총동원돼 강력하게 무장된 국경지역이었고,마주한 서쪽은 서독과 영국,미국 군인들이 대치했던 곳이다.

 

▲ 독일 그뤼네스반트의 절반이 집중된 튀링겐주(州)의 도시 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다양한 생물종이 보호,거대한 녹색띠를 형성하고 있다. 박지은
▲ 독일 그뤼네스반트의 절반이 집중된 튀링겐주(州)의 도시 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다양한 생물종이 보호,거대한 녹색띠를 형성하고 있다. 박지은


죽음의 땅이었던 이 곳은 통일 후 다양한 생물종이 보호,거대한 녹색띠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제나흐 구역 그뤼네스반트는 환경단체 분트와 시민참여형으로 자연생태가 보존되면서 그뤼네스반트의 또 다른 모델을 만들고 있는 곳이다.이와 관련,분트와 아이제나흐 시민들은 1989년 11월 9일 동·서독 통일 후 이듬해인 1990년부터 나무심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또 지역 예술인들과 생물종 연구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 지역 그뤼네스반트에서 자라나는 식물종을 촬영해 엽서로 제작,독일 그뤼네스반트의 우수한 자연생태성을 대중적으로 알리고 있다.이 구역 그뤼네스반트에 서식하는 희귀 식물종,곤충 등은 천연의학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독일의 첫 전국적인 자연 보존 프로젝트인 그뤼네스반트는 현 독일 역사의 살아있는 기념비로 냉정과 죽음의 공간이었던 분단 현장이 화합과 생명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한 DMZ보존방안 마련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뤼네스반트는 길이 1393㎞,폭 50∼200m,면적 177㎢로 튀링겐주를 포함한 9개 주(州)정부를 통과하며 1개 국립공원,3개 생물권보전지역,136개 자연보전지역에 걸쳐 있다.이 일대에는 약 52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600종 이상이 멸종위기종으로 조사됐다.아이제나흐에 거주하는 리사 닛치케(48·여)씨는 “그뤼네스반트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동·서독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현장이자 대자연의 보물창고”라며 “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에는 철의 장막이 보존,통일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아이제나흐/박지은



[인터뷰 ┃독일환경단체 ‘분트’ 카린 코볼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팀장]

 

▲ 카린 코볼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팀장
▲ 카린 코볼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팀장


“생태의 보고,남북한 DMZ보존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활용 및 보존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합니다.”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를 추진한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카린 코볼(55)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팀장은 지난 3일 “DMZ보존을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과 지속적인 관심,법으로 보호받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전제돼야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코볼 팀장은 “통일 전,동·서독 환경운동가들은 생태 환경이 우수한 옛 국경지대,DMZ보존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해왔고,이 같은 준비 작업이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의 태동이 됐다”고 했다.이어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과 협조를 얻기까지는 무려 10여 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코볼 팀장은 “그뤼네스반트 일대 부지가 사유지가 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보존안 마련은 요원했다”며 “이에 따라 분트는 그뤼네스반트 구역 사유지 매입에 필요한 비용 등을 마련한 초록주식 모금사업을 통해 사유지를 집중 매입,국유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분트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이 성과를 내면서 연방정부는 지난 2001∼2002년 그뤼네스반트 전 지역에 대한 서식지 유형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환경정책을 수립했다.이를 토대로 2005년 사업지 내 국유지를 보전 목적의 국가자연유산으로 주정부에 이양하며 독일의 거대한 녹색띠가 형성,그뤼네스반트가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됐다.코볼 팀장은 “한반도 비무장지대 미래의 모습은 독일 그뤼네스반트의 확대판이 될 수 있다”며 “DMZ 보존 및 활용방안에 대한 남과 북의 공감대 형성,사회적 합의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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