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양양 사격남매 박채윤·박하준 선수
각각 초교 6학년 때 사격 시작
누나 활약으로 동생 영향 받아
박채윤 선수 고성군청팀 입단
박하준 선수 국가대표 발탁 등
주종목 10m 공기소총 기량과시
티격태격해도 응원 아끼지 않아
“세계무대 금메달 따는 것이 꿈”

▲ 양양사격남매박채윤 박하준선수
▲ 양양사격남매박채윤 박하준선수

[강원도민일보 이동명 기자] 전국·국제무대에서 백발백중 실력을 뽐내고 있는 ‘송이의 고장’ 양양 출신의 사격남매가 있다.누나는 동생에게 동생은 누나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훈련에 땀을 흘리고 있다.남매의 주종목은 10m 공기소총이다.누나 박채윤(23)·남동생 박하준(20) 사격 남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고성군청 사격팀에 11월말 입단 예정인 양양 출신 박채윤 (사진 위)·국가대표인 박하준 선수가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 고성군청 사격팀에 11월말 입단 예정인 양양 출신 박채윤 (사진 위)·국가대표인 박하준 선수가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 훈련,훈련

남매의 평일 일과 중심은 사격훈련과 체력운동이다.

박채윤 선수는 오전 9시에 양양읍 소재 헬스장에 나가 낮 12시까지 근육을 키우기 위한 맞춤 트레이닝을 한다.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양양사격장에서 훈련을 한다.오는 23일 출전 예정인 동해무릉기 전국사격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향 양양에서 생활한지 한달 정도 됐고 11월 말 고성군청팀 입단이 예정돼 있다.

박하준 선수는 오전에 한국체육대 수업을 받은 후 진천선수촌에서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사격훈련을 한다.오후 5시부터 40분정도 운동장을 뛰거나 산을 오르는 등 체력훈련을 한다.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누나 박채윤은 초교 6학년 때 친구를 따라 사격장에 갔는데 양양지역 사격 꿈나무를 지도하는 황병인 감독이 “너도 한 발 쏴 봐”라는 말에 첫 발을 쏘면서 사격 인생이 시작됐다.

박 선수는 “총을 쏴보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이후 양양여중을 다니다 2학년 때 강원체중으로 전학해 졸업했다.그는 “친구가 강원체중에 먼저 스카우트되면서 함께 가게 됐다”고 했다.막상 친구는 중학교 때 사격을 그만뒀다.이어 강원체고를 거쳐 광주 소재 남부대에서 학업에 충실하면서 2018년 전국체전 대회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명사수로 활약했고,내년 2월 졸업한다.

3살 터울인 남동생 박하준은 초교 6학년 때 중학생인 누나의 영향으로 사격의 길로 접어들었다.그는 “누나가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와서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사격을 시작한 뒤 누나가 잘 쏜다며 인정해주는게 고마웠다”고 했다.이후 양양중,인천체고를 거쳐 한국체대에 진학해 1학년에 재학하면서 학업과 선수생활에 임하고 있다.

50m 화약총 종목도 하고 싶어하는 동생을 위해 누나가 인천체고 감독에게 동생이 전국소년체전 단체 1등,개인 2등 활약상을 소개하며 고교 진학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 티격태격하는 남매

여느 가정의 자녀들처럼 어릴 적 서로 다투며 성장했던 남매는 누나가 강원체중으로 전학 간 이후 자주 만나지 못했다.

가끔 시합장에서 스치듯 만날 때면 누나가 “인사 안하니?”라며 말을 건네고 동생은 무뚝뚝하게 “안녕”이라고 대꾸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속으로는 반가움이 컸다.

누나와 동생은 상비군 시절 합숙훈련 기간에도 남매라는 사실을 숨겼다.하준은 누나를 “뚱뚱하다”며 창피해 했고 채윤은 동생에게 “정신 안 차린다”며 아는 척 하지 않았다.누나는 ‘하준이가 훈련 장비를 엉뚱한 곳에 놓고 오거나 심지어 신발 한 짝을 놓고 가서 택배로 보냈고 올해 제100회 전국체전 결승 때 동생이 총 받침대를 안 갖고 가서 부랴부랴 갖다 줬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미소를 지었다.

박채윤 선수는 “초교시절 동생이 내 다리를 걷어찬 일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목격한 엄마에게 꾸중을 들은 동생은 고교 입학 전까지 나한테 존댓말을 썼다”면서 “지난 여름 국가대표인 동생이 부모님 드릴 선물을 산다며 골라달라고 해서 같이 쇼핑할 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 “같이 올림픽 나가자”

“아빠의 꿈이 우리 남매가 함께 국가대표가 돼 세계무대에서 혼성게임으로 금메달 따는 거예요.”

누나 박채윤 선수는 2016~2018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쳤고 내년에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특히 전국 실업팀 여러 곳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으나 고향 인근지역인 고성군청에서 선수생활을 하기로 했다.그는 그간 대학교가 있는 광주광역시 대표로 전국체전 등에 출전해왔지만 이제 강원도 대표로서 고향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마음이 설렌다.올해 초 전남도지사배 전국공기총사격대회에서 본선총점 628.3점으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개인전 1위를 했고 단체전도 우승해 2관왕에 오르는 등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동생 박하준 선수는 고교시절 상비군을 거쳐 올해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4회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남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50m 소총 3자세 주니어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종목에서도 국가대표급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올해 봉황기대회 10m 공기소총에서 630.4점을 기록,종전에 본인이 갖고 있던 주니어신기록을 0.3점 차이로 경신하기도 했다.

고교생이던 지난해에는 봉황기,대통령경호처장기,경찰청장기에서 모두 3관왕에 오른 진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채윤은 “동생이 꼭 도쿄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길 바란다”고 했고 하준은 “멀지 않은 시기에 같이 올림픽에 나가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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