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년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백성들이 평판이 좋은 지도자를 찾아 옮겨다니며 살 수 있었다고 한다.국경개념이 희박했던 시기여서 왕이나 제후들이 정치를 잘하고 살기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 백성들이 집단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당시 초나라 변방지역인 섭현에서 높은 세금과 잦은 부역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이웃나라로 도망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백성들이 떠나면서 인구가 줄고 세수가 감소하자 걱정에 휩싸인 섭현의 제후 섭공은 마침 정치적 이상을 펴기 위해 여러나라를 떠돌아다니던 공자가 자신의 관할지역에 찾아오자 이 문제를 상의했다.

섭공이 공자에게 “선생님 날마다 백성들이 도망가니 천리장성을 쌓아서 막기라도 할까요”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이에 잠시 생각에 잠긴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여섯 글자를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위정자가 선정(善政)을 베풀어 정치를 잘 하면 내 관할 지역의 백성들이 즐거워하고, 이 같은 소문이 다른 지방과 이웃 나라에까지 퍼지면 멀리서도 사람들이 몰려오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시달리는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직장을 갖기위한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으로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면서 ‘수도권 인구비중 50% 초과’가 현실로 다가왔다.인구가 줄어드는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지역소멸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자치단체장들은 섭공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시장·군수들은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지금처럼 수도권 집중화가 이어진다면 지역이 사라지고,나라까지 위기에 처하는 만큼 이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획기적이고 대담하게 비수도권에 자원을 몰아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지역을 살릴 수 있는 차별화된 자치분권정책이야 말로 현대판 ‘근자열원자래’이지 않을까 싶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