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땅 ‘평화 생태계’ 바꾼, 독일시민의 나무 십자가
튀링겐주 아이제나흐 주민
국경지대 ‘녹색 띠’ 구역에
매년 11월 첫째주 토요일
십자가 모양으로 나무 식재
독일통일 의미·가치 되새겨
학생 생태탐방 교육에 활용

동·서독 간 철의 장막이 유럽을 관통하는 거대한 생명띠,그뤼네스반트(Grunes Band·녹색띠)로 변모한 가운데 그뤼네스반트의 특별한 모델 중 하나로 시민들이 주도하는 튀링겐주(州)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튀링겐주는 그뤼네스반트의 약 절반이 집중,튀링겐숲과 프랑켄숲에서 주변자연환경을 관광화,자연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튀링겐주 그뤼네스반트는 가뭄비나무와 하이디 군락 등이 밀집,식물학적 연구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매년 11월에 단 한 번 열리는 시민 중심의 ‘Aktion 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행사는 튀링겐주 아이제나흐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 동·서독 통일 이후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Aktion!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행사가 올해로 29회를 맞은 가운데 아이제나흐 시민들이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나무심기를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동·서독 통일 이후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Aktion!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행사가 올해로 29회를 맞은 가운데 아이제나흐 시민들이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나무심기를 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의 특별함

튀링겐주 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에서는 매년 11월 첫 째 주 토요일마다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시민이 중심이 돼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십자가 모양 형태로 나무를 심는 자발적인 행사,‘Aktion!BAUMKREUZ’이다.

이 행사는 1989년 11월 9일 독일을 동서로 분단하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인 이듬해 1990년부터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아이제나흐 지역만의 특별한 행사다.올해로 29회를 맞았다.

29회 행사가 열린 지난 2일 오전 10시,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연령층의 지역주민 약 80여 명이 모여들었다.시민들은 단풍나무 10여 그루(3∼5년생)를 직접 준비,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옮겨 심기 위한 작업에 참여했다.나무심기와 함께 지난해 행사를 통해 식재된 나무들을 손질하고,풍토 부적응으로 고사한 나무들도 제거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보존된 140㎞ 철의 장막을 기준으로 벌목 작업을 실시,내 손으로 가꾸는 그뤼네스반트 조성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이날 행사에는 아이제나흐 소방서와 그뤼네스반트 구역을 담당하는 아이제나흐 관청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지원 활동을 펼쳤다.

 

 

 

 

 

▲ ‘Aktion! 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행사에 참여한 아이제나흐 시민들이 단풍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 ‘Aktion! 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행사에 참여한 아이제나흐 시민들이 단풍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아이제나흐 시민들은 1989년 11월 동·서독 통일 이후,냉전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변화를 꿈꾸는 그뤼네스반트 구역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Aktion! BAUMKREUZ’행사를 기획했다.동·서독 경계에 거주한 시민들의 순수한 아이디어였다.

생태계 보존을 위한 시민 주도의 나무심기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아이제나흐 지역 학교에서는 해당 행사를 학생들의 생태탐방 교육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아이제나흐 지역 통합학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리지 헤어조그(17)양은 “그뤼네스반트 생태계 조성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며 “통일 이후,동·서독의 최대 환경프로젝트인 그뤼네스반트 생태보존 현장에 함께 참여하게 돼 통일 이후,청소년 세대가 할 일들이 무엇인지,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다”고 말했다.

행사 참여 시민들 대다수는 독일 최대규모 환경단체인 분트(Bund fur Umwelt und Naturschutz Deutschland)가 동·서독 DMZ보존 프로젝트로 추진한 그뤼네스반트 조성을 위해 전개한 초록주식 운동에 참여했다.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리는 ‘Aktion! BAUMKREUZ’행사에는 아이제나흐 시민들은 물론 다양한 부문에서 동·서독 통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도 동참하고 있다.10년 연속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베를린에서 온 예술가 잉고 브라케(48)씨는 “매년 11월 첫째 주 토요일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간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이 주도하는 그뤼네스반트 구역 생태 보존 공동 작업은 동·서독 통일에 대한 의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아이제나흐/박지은

 

 


인터뷰 ┃‘Aktion! BAUMKREUZ’ 행사 기획자 랄프우에 벡

 

 



동·서독 통일 후,아이제나흐 그뤼네스반트 구역에서 시민주도의 행동하라!나무십자가 행사를 첫 기획한 랄프우에 벡(67)씨는 “동·서독의 차가운 경계를 초록의 생명체들이 채웠다.이 채움은 우리의 꿈이고 희망”이라고 말했다.


아이제나흐 지역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랄프우에 벡 씨는 “나무십자가 길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동·서독을 가른 철책이 사라지면 이 공간을 우리 시민의 힘으로,밝은 힘으로 바꿔보기 위함이었다”며 “이렇게 기획한 행사가 올해로 29회를 맞았다.‘Aktion! BAUMKREUZ’행사는 아이제나흐의 전통이자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동·서독의 생태를 시민의 힘으로 가꿔나가는 일은 독일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세대들에게 통일 이후의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더욱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면서 “이 행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아이제나흐를 넘어 독일 그뤼네스반트의 새로운 모델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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