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학 재학시절 데모가 빈번했다.학교를 걷다보면 가두데모를 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게된다.선두학생의 구호를 따라하면서 행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내 자신에게 큰 수치스러움을 느꼈었던 기억이 있다.불의항거에 동참할 용기 없는 내 스스로가,비겁한 지성인에 불과한 내 자신이 얼마나 표리부동하고 초라해보였는지 자괴감에 힘들었다.

임종석 전실장이나 김세연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그때의 내 심정과 비슷한 심정의 의원들이 꽤 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물론 여러유형의 저항도 만만치않을 것이라 예상된다.어떤 일에 이미 투자한 것이 아까와 더욱 관여하고 중단하지 못하는 의사결정과정을 매몰비용오류라고한다.그만해야한다는 결단을 절감하면서도 진퇴의 문제가 내 문제가 되어 계산이 아른거리면 매몰비용오류를 범하는 것이 범인(凡人)들이다.현실이 이럴지니 사퇴의 변이 과격해 조금 거북할지언정 정치발전에 밀알이 되려는 이들의 충정심만은 높은 평가가 아깝지않다.기득권 내려놓기를 앞장서 실천하면서 말하는 주장인 까닭이다.

고 법정스님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할 도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정의하며 그 마무리는 초심을 회복하기 위한 진정한 내려놓음으로 완성된다고 말한다.양심에 거리낌없이 부끄럽지 않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비움이고 그 비움이 또 다른 채움을 실현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주장이다.결국 마무리는 끝에 방점이 찍히는 단어가 아니고 새로운 시작에 강조점이 찍히는 단어인 것이다.

불출마로의 용퇴는 일종의 아름다운 마무리 선언이다.이렇게 하는 정치로는 안된다는 것을 자신의 희생으로 증명해보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장자는 ‘지적인 면에서도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다’고 말한다.눈을 뜨고도 못보고 귀가 들려도 못 듣는 정신적 불구가 안되려면 진리를 볼줄 알고 정의를 들을 수 있는 곧고 바른 과단성의 결기가 필요하다.자기 것을 움켜쥐고 있는 정치인은 내려놓는 정치인을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용퇴할 용기가 없으면 대학시절 나처럼 묵묵히 자괴감을 삭히는 것이 최선일지 모른다.

조미현 교육출판국장 mihyunck@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