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남부노인복지관 연극수업 갈무리
어르신 연극 ‘무수리 남편’
대본·연출·연기 전과정 참여
대사 등 또래 어르신 공감 유도
극단 ‘씨밀레’ 구성 공연 지속
“공연하는 내 모습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는 자존감 생겨 행복”

▲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며 연습을 하고있다.
▲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며 연습을 하고있다.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지역 복지관의 작은 강당에서 70여년의 인생내공을 담은 어르신들의 유쾌한 연극이 펼쳐졌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연극 놀이치료반 어르신들이 복지관 강당에서 직접 출연하고 만든 연극 ‘무수리 남편’.춘천연극제가 지난 9월부터 운영한 춘천연극아카데미 일반과정의 결과물이다.이번 연극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실버극단을 구성,활동을 이어나가기로 해 연극이 노년층에서도 인기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아내를 무수리처럼 부리는 남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은 ‘무수리 남편’에서는 삼식이(하루 세 끼 챙겨달라는 남편)를 비롯한 어르신 세대 유행어나 비속어들을 대사로 꾸며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대본은 김소영(75)씨가 직접 써서 또래 어르신들의 공감을 샀다.김씨는 대본 뿐 아니라 기타연주와 노래,연기까지 공연 전반에 참여했다.그는 “아버지 반대로 이루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끼와 꿈을 이번 기회를 통해 풀어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공연 모습.
▲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공연 모습.


주인공을 맡은 연극반 맏형 유달식(78)씨는 집에서도 매일 연극 연습을 했다고 한다.유씨는 “대사 외우는 것이 쉽지 않고 몸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속상하지만 무대에 서는 것이 즐겁다”며 “이미 연극인이라는 생각이 들고,무대에서 공연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남부노인복지관 연극반 반장은 김영조(74)씨가 맡아 이끌었다.김씨는 춘천지역 복지관들에서 가끔씩 진행되던 연극 강좌를 듣기 위해 복지관 곳곳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올해 모든 복지관에서 연극수업이 폐지돼 아쉬워 하던 차 이번 아카데미 소식을 듣고 반장까지 맡게 됐다.세종시에서 실버 연극활동을 하다가 춘천으로 이사 온 신동휘(72) 어르신도 연극수업이 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

▲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최근 복지관에서 열린 공연에서 허재헌 춘천연극제 이사장,윤지영(도의원) 연극 아카데미 일반과정 총괄이사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춘천남부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최근 복지관에서 열린 공연에서 허재헌 춘천연극제 이사장,윤지영(도의원) 연극 아카데미 일반과정 총괄이사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카데미 과정은 이번 공연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하게 되지만 참여 어르신들은 실버극단 ‘씨밀레(영원한 우정)’를 구성,매달 모여 대본도 읽고 내년에 열리는 아마추어연극제도 준비하기로 했다.이를 위해 연극제 측에 강사파견과 지속 사업을 요청하기도 했다.이들은 노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공연봉사를 하는 목표도 세웠다.주청자(73)씨는 “연극을 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생겨 좋다.내 또래들이 연극으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이번 일반아카데미는 남부노인복지관과 효자종합사회복지관 두 곳에서 진행됐으며,효자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들의 연극 ‘흥부놀부’는 내달 23일 공연될 예정이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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