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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직여시(其直如矢)

김상수 ssookim@kado.net 2019년 12월 05일 목요일 10 면

그저 곧기만 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이 아닐 것이다.때로는 굽히고 버릴 줄도 아는 것이 필요하다.강하기만 한 것으로는 그 강함을 지켜낼 수 없다.유연함이 있어야 강함이 의미가 있고 그 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팽팽한 시위도 항상 그 긴장을 놓지 않는다면 그 곧음을 오래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시위를 풀어 놓음이 있어야 필요할 때 당겨 팽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유연하기만하다면 그 유연함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그 유연함속에서 곧고 바름의 기질이 있어야 한다.부드러운 가운데 곧음이 살아있어야 한다.헛간에 던져진 것이라도 필요할 때 그 시위를 당겨 팽팽함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활이다.정작 필요할 때 그 곧음을 얻을 수 없다면 활은 그 정체성을 잃고 이미 활이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중국 위(衛)나라 영공(靈公) 때 사어(史魚)라는 대부가 있었는데 곧기로 이름났다고 한다.임금은 사람을 쓰는데 어진 이와 그렇지 못한 이를 분별하지 못했다.거백옥(遽伯玉)이라는 인물은 어질었으나 쓰지 않았고,미자하(彌子瑕)라는 사람은 불량한 자였으나 도리어 중용했다.보다 못한 사어라는 대부가 자주 간언하여 바로 잡으려 했으나 끝내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

사어가 임종에 이르러 “거백옥을 등용하는데도,미자하를 물리치는데도 실패,임금을 보필하지 못했다”며 자책하고 죽거든 시신을 들창 아래 두도록 유언했다.자초지종을 들은 영공은 그제 서야 빈소를 제대로 차리도록 했다.그리고 사어의 뜻을 좇아 거백옥을 등용해 쓰고 미자하를 물리쳐 멀리했다고 한다.신하는 죽어서까지 간했고,임금은 늦게나마 그 고언을 따랐다.

공자도 이런 사어의 곧은 뜻을 높이 샀다.“나라에 도가 있어도 화살처럼 곧았고,나라에 도가 행해지지 않아도 화살처럼 곧았다.(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어떤 상황에서도 곧은 뜻을 지킨 신하가 결국 어리석은 군주의 마음을 돌려세웠다.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혼돈스러운 작금의 정치판,바로 그 화살 같은 곧음(其直如矢)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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