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록 서울본부 정치부장

photo_caption
 공무원노조 파업 이틀 전 전직 공무원 노조간부를 만났다. 이 공무원은 파업단행에 대해 "이미 활의 줄은 풀어졌다. 이제 와서 활 시위를 당긴들 누가 무서워 하겠나. 어떤 직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돼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파업전야의 춘천시청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파업은 강행됐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당초 예상을 뛰어 넘고 있다. 712명이 직위해제된 이 초유의 사태는 공무원 노조 내부는 물론이고 공직사회 전반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공무원 노조 파업으로 강원도 공무원은 전국 최다 참여에 최다 징계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강원도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한 평가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어디에서도 긍정적인 소리를 듣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무원노조측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도내 시군은 혈연, 학연, 지연으로 인한 인사가 그간 주류를 이루었고 여기에 배척되면 승진이나 주요 부서에서 밀려나게 됨으로 불평 불만이 쌓여있었다"며 "직장협의회가 창립되면서 객관적 인사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도내 공무원 노조가 강성으로 간 것은 이같은 내재적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이번 파업규모가 타시도에 비해 컸던 이유에 대해서는 "참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다 같이 사는 것이 총파업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순박하고 순수한 강원도 인심이 그대로 살아난 의리를 지키자는 것이지 노동자의식이나 노동의식에 대해서는 정확한 인식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도내 공무원노조가 그동안 진행해 온 일련의 투쟁들이 모두 도민들에게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단체장이나 직장상사에 대해 거친 표현을 일삼기 일쑤였고 공직개혁보다는 정치이슈에 매몰된 측면도 있었다. 이처럼 주민들과 공무원노조간 팽팽하게 흐르던 긴장감은 파업을 통해 폭발했다. 파업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공무원노조 파업은 일주일을 못 넘기고 백기를 들었다.
 도내 공무원들은 이틀 만의 파업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시군별로 단체협약이 파기됐고 조합비 원천징수가 금지됐으며 조합사무실이 폐쇄됐다. 노조지도부는 안팎으로부터 비난에 직면했고 노조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정당성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들에 대한 징계절차가 시작됐다. 행정자치부의 한 도출신 고위간부는 "현재와 같은 서슬에서는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도나 시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자치단체가 정부보다 더 상황을 심각하게 몰고가려는 것도 보기에 민망하다. 물론 공무원노조로부터 수없이 많은 공격을 받아 왔다는 점에서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선의의 참가자들까지 말 그대로 엄벌에 처해 놓고 마음 편할 단체장과 상사, 동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결국 정부가 조성해 놓은 지역내 갈등 요소를 단체장이 떠안는 결과 밖에 남는 것이 더 있겠는가.
 이제라도 공직사회의 개혁을 바라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다 성숙된 문화를 만든다는 원칙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 바라는 것 아닌가.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