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도 편집부국장

 ‘2006년 봄 남강 연어의 꿈 잔치’가 지난 8일 고성군 DMZ 건봉산 너머 고진동 계곡에서 우여곡절끝에 치러졌다.
 강원도민일보사와 국립수산과학원 양양연어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지난 96년부터 해마다 해오고 있는 이 축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에서 연어를 방류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겨울철 기상청 날씨예보에 가장 추운 곳중 한 곳으로 등장하는 태백준령 향로봉을 끼고 흐르는 잊혀진 강 고성 남강에 벌써 10년째 통일연어를 풀어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율곡부대의 협조를 받아 4륜 구동 승용차로 흙먼지를 날리며 고진동에서 어린연어에게 희망을 실어 보냈다. 그 옛날 친정어머니가 미지의 세계로 시집가는 어린 딸에게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을 가득 담은 것처럼.
 특히 올해는 정말로 그랬다. 지난해 눈이 내리지 않아 고진동 계곡에 수량이 적어 행사전날까지 축제 개최여부를 놓고 마음고생을 했다. 계곡에 물이 없어 도저히 어린연어를 방류할 수없다는 군부대 관계자의 말에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건봉산대대 장병들이 물길 돌려 어렵지만 방류할 수 있다는 말에 감격했다. 올해도 고진동 계곡에서 통일연어의 전설을 이어갈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건봉사에서 점심공양을 한 후 건봉사 주차장을 출발, 비무장지대를 관할 하는 군 초소를 지난 후 운전병의 “대우 넣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웠다. 고진동 가는 길은 이번 축제를 준비하는 것만큼 고생스러웠다. 급경사에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수차례 반복, 정말 멀미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 그러나 그 옛날 금강산을 가는 사람들이 건봉산을 지나 고진동을 가기 위해 지도를 읽었다는 ‘독도(讀圖)’를 끼고 고진동을 내려가면서 계곡 물소리를 듣는 순간, 고생을 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명이 고진동(苦盡洞)이 아닌가 싶었다.
 이번에 찾아간 고진동 그 곳은 잘 정리된 어린연어의 놀이터였다. 건봉산 대대 장병들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 있었고 어린 연어에게 우리의 염원을 불어넣기에 안락한 보금자리였다. 특히 이날 참가자 가운데 고진동에서 근무했으나 전역 후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천인수 씨를 비롯, 역전의 용사들에게서 모천을 반드시 찾는 연어처럼 고진동의 아련한 추억을 더듬는 모습을 보았고 아들이 근무하는 고진동을 찾기 위해 경기도 수원에서 불원천리 참가한 부모에게서는 이 축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살가운 풍경을 보았다.
 더불어 반세기 동안 DMZ라는 이념의 장벽에 가려있던 고진동계곡과 잊혀진 강 남강에 통일연어를 풀어놓는다는 참가자들의 들뜬 모습을 통해 고진동 연어축제의 당위성을 읽었다. 이처럼 DMZ내 고진동에서 펼쳐지는 연어의 꿈 잔치는 ‘통일 연어의 전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먼훗날 통일이 된 후 고진동 계곡에서 연어를 방류한 우리와 남강에서 연어를 맞이한 북녘의 그들이 만나 연어로 통일을 이야기하고 연어를 이야기하며 서로를 부둥켜안을 때 통일의 진정성이 한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굳게 믿는다.
 이 것이 고진동 계곡에서 어린 연어를 풀어 우리가 갈 수 없는 남강을 통해 수천㎞나 되는 북태평양으로 보내는 이유다. 이 같은 고진동 계곡의 상징성이 계속되도록 알차고 의미있게 연어의 꿈잔치를 가꿔 나가겠다. 꿈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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