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교환 매개 수단

 오늘날 우리는 돈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돈은 일상생활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의식주와 같은 생활의 필수품이 된 것은 물론 그 기능적 차원을 넘어 행복, 권력, 불행, 죄악 등 사람들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 '돈'이라는 용어는 지갑속의 현금 외에도 주식, 부동산 등을 포함한 순자산을 의미한다. 그러나 명확한 의미의 돈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데 사용되는 몇가지 형태의 자산중 하나다.
 돈은 크게 세가지 기능을 하는데 가장 본질적인 기능인 교환의 매개 수단이다. 물물교환 경제에서는 거래하려는 두 사람의 욕구가 정확히 일치하기 힘들어 돈을 사용하면 거래상대를 찾기 위한 탐색비용을 크게 줄여주기도 한다.
 둘째, 돈에는 가치척도 기능이 있다. 각 상품의 경제적 가치는 화폐단위로 표시돼 계산과 회계의 단위로 사용된다.
 최근 외국에서는 보통 통용되는 모든 지폐와 동전의 액면을 1000 대 1 등과 같이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을 실시한 나라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돈으로 1억짜리 아파트를 100 대 1로 리디노미네이션 하면 실질적인 자산가치의 변동 없이 표시단위만 100만원이 된다.
 즉, 돈의 가치척도 기능인 표시단위를 변경하는 정책인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62년 화폐단위를 10대 1로 낮추면서 '환'에서 '원'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마지막으로 돈은 가치의 저장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도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 즉 구매력을 보관해 주는 역할을 말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자산이나 쌀, 건물 등의 실물자산도 가치를 저장하는 기능이 있지만 경제여건에 따라 그 자체의 가치변동과 보관비용이 매우 커 돈 만큼 유용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또 신용카드의 경우는 지불을 늦추는 수단에 불과할 뿐 돈의 기능인 가치척도 및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없다. 자칫 매개수단만을 염두에 두고 신용카드를 돈으로 착각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소중한 신용을 잃어버릴 수 있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박종필 한국은행 강원본부 기획홍보팀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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