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71028 19:36:00

2연패 뒤 3연승. 마치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무서운 역전극을 펼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한국시리즈 에스케이(SK) 와이번스 얘기다.뚜껑을 열자마자 안방에서 2연패를 당한 에스케이는 방문 3연전을 앞둔 터라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역대 1·2차전 승리팀이 100%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져갔던 전례도 있기 때문. 그러나, 정규시즌 1위팀 에스케이는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3·4차전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더니, 5차전에서도 6회까지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다, 8회에만 단타 없이 2루타 2개와 3루타 1개, 상대 실책과 폭투로 4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3승2패로 시리즈 전적을 뒤엎은 에스케이는 29일 오후 6시 안방 문학구장에서 남은 6·7차전 중 한 경기만 승리해도 창단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섰다. 에스케이의 역전극엔 새내기 투수 김광현의 눈부신 호투, 그리고 베테랑 타자 김재현의 활약이 단연 돋보였다. 올시즌 최고의 투수 두산 다니엘 리오스와 맞대결에서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두산 타선을 막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이 김광현이었다면, 거기서 3연승의 불꽃을 피워놓은 것은 프로데뷔 13년차 김재현(32)이었다. 김재현은 27일 잠실 5차전, 8회초 무사 2루에서 두산 임태훈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맞히는 3루타로 결승타를 터뜨렸다. 에스케이는 이호준과 김강민의 적시 2루타, 두산 3번째 투수 이혜천의 폭투로 4-0으로 승리했다. 김재현은 3차전 결승타, 4차전 쐐기홈런에 이어 5차전 다시 결승타로 팀 3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올시즌 타율 0.196으로 프로 14년에서 가장 저조한 한해를 보냈지만, 통산 0.293의 타율이 말해주듯 풍부한 경험과 결정적인 기회에서 한방을 날리는 강한 승부욕을 보여줌으로써 시리즈 중간에 3번타자로 기용한 김성근 감독의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반면 상황이 바뀌어 벼랑에 몰린 두산으로선, 침묵하고 있는 방망이를 어떻게 일깨우는가가 열쇠다. 1·2차전은 1~3번 젊은 타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승리했지만, 그때부터 5차전까지 중심타선은 계속 부진했다. 특히 9년 차인 4번타자 김동주(31)는 5경기 13타수 만인 5차전에서 첫 안타를 겨우 쳐냈고, 8년차 5번 홍성흔(30)은 4차전 삼진 3개에 이어 5차전에선 4타수 무안타에 병살타 3개를 내 팀 득점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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