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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의 어처구니

임상철 상지대 교수

임상철 2008년 02월 22일 금요일
   
임상철  상지대 교수
한반도 상공에 떠오른 정월 보름달이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와 닿는다.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음력 정월 초나흘(2월 10일) 밤에 노인 한사람의 철부지 불장난으로 대한민국의 국보 1호가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가 없고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나라의 첫째 보물을 지키기 위한 한달 경비 용역비가 30만원이었으며 보험금이 오천여 만원이었다고 한다. IT강국으로 e-Korea를 구현하였다는 대한민국이 국가보물 1호를 지키는 화제방재시스템에 있어서는 소화기 몇 개뿐이었다는 점에서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단지 재화가치로만 따져서 목조건물 하나를 잃은 것이 아니라 역사의 혼과 철학을 잃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허탈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 11위의 경제 국가이며 과학 선진화를 달성했다고 믿고 있었지만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허상을 보고 있었다. 우리의 참 모습은 문화적, 정신적 박약국가였으며 손잡이가 없는 맷돌처럼 어처구니없는 대한민국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하였다.

조선 600년의 역사와 철학이 검은 연기와 함께 살아졌으며 단절됨이 안타깝다. 조선 왕조의 새로운 터전을 한양으로 정한 이성계는 성곽의 사방위에 인·의·예·지·신을 상징하는 4대문과 보신각(普信閣)을 축조하였다. 유교의 기본이념을 담아 국정 철학의 기조로 삼고자 하였다. 동쪽에는 흥인지문(興仁之門)을 만들어 왜구의 침입을 막고 동쪽의 기운을 높이려는 염원을 담았다. 서쪽에는 돈의문(敦義門)을 만들어 대륙인 중국과 교류하는 관문역할을 수행하였다. 남쪽에는 숭례문(崇禮門)을 축조하여 예를 숭상하고 도성 앞산인 관악산이 불꽃모양이기에 정궁인 경복궁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북쪽에는 숙정문(肅靖門)을 만들어 북쪽의 험한 지형을 바탕으로 개혁의 의미를 담았으나 평소에는 닫아두고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돈의문은 일본의 국권찬탈과 더불어 1915년 온전히 헐려 없어졌다. 숙정문은 축조된 지 18년 후인 1413년 폐쇄되었으나 1970년대 중반 북악산 성곽을 복원 정비할 때 문루를 짓고 숙정문이라는 편액을 달아 현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군부대와 인접되어 있다는 보안상의 이유로 현재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1396년 창건되어 조선시대 도성의 정문으로서 만 백성이 출입하였던 숭례문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우리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산소처럼, 친구처럼 함께해 왔었기에 이번의 화재참사가 더욱 애잔하게 와 닿는다.

600여년간 오랜 세월동안 예를 숭상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노심초사 지켜보았던 숭례문에게 우리는 최소한의 예도 갖추지 못하였다. 조상의 얼이 서린 문화유적에 대한 중요성과 인식을 새롭게 하며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것은 조상에 대한 후손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성이다. 이번 화재의 참사를 문화유산에 대한 예를 학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물질문명의 중요성만을 강조한 현대사를 되돌아보고 정신문화의 진정한 가치를 재인식하여야 한다.

책임소재도 명확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숯덩이로 변한 국보1호의 잔재에서 옛 것을 복원하는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문화재 보존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국보 1호의 잔재를 생활 쓰레기 치우듯 중장비를 동원하여 처리하는 무식함과 마구간 보수하듯 단기간 내에 모양만을 복원하겠다는 미숙함은 용납되지 않는다. 매번 반복되는 사건 사고에 대한 일시방편의 대책에서 벗어나 온전하고 철저한 예방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회 전반에 대한 안전망도 이번 숭례문 참사를 계기로 점검하고 보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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