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온실가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에 공통적으로 탄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상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 현상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게 되는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보온효과와는 큰 관계가 없다.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경우에는 내부의 공기를 외부와 차단해서 태양빛에 의해 데워진 지표면의 열과 이를 흡수한 따뜻한 공기가 대류에 의해 손실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내부 온도를 유지한다. 만약 온실의 천장에 작은 구멍이라도 하나 뚫어 놓게 되면 위로 올라간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온실의 온도가 급락하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공기 분자들의 존재가 지구온난화와 어떤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에 공급되는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어떤 흐름에 따라 나누어지고 저장되고 다시 우주로 돌아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복사에너지의 스펙트럼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가시광선)이 가장 큰 구성 성분으로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 눈으로 느낄 수 없는 적외선과 자외선도 상당 부분 들어있다. 이 복사에너지의 30% 정도는 반사되어 우주 공간으로 되돌아가고 70% 정도는 주로 지표면에 의해 흡수되어 지구를 따뜻하게 데우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모든 물체는 자신의 온도에 대응되는 일정한 복사에너지를 내놓는다. 가령 섭씨 36.5도의 체온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몸에서는 열선이라 불리는 적외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야간에 적외선을 인식하는 투시경을 이용하면 상대방의 움직임을 정확히 볼 수 있다. 동일한 이유로 인해 복사에너지에 의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구는 지표면에서 적외선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한다.

문제는 대기권을 구성하는 특정 분자들이 가시광선은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은 매우 잘 흡수한다는 것이다. 가령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소분자나 질소분자는 적외선을 흡수하지 않는다. 반면 온실가스로 분류되는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 등의 분자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진동하면서 적외선을 흡수하고 다시 방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온실가스에 의해 흡수되고 방출된 적외선의 일부는 다시 지표면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간다. 만약 지구표면에 흡수되는 태양에너지와 대기 중에서 온실가스 분자들로부터 방출되어 지구로 향하는 적외선에너지에 비해 우주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적외선 에너지가 더 작다면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기권 중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질 경우에 예상되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이 극지방의 얼음층을 조사한 결과 오늘날 대기권에 포함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80만년 전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지질학적 시간 동안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잘 알려진 물리 법칙들과 매우 단순화한 모델에 근거해 전개한 설명이었다. 이런 단순한 설명과 이해가 실제 우리가 최근 경험하고 있는 구체적인 기후 변화와 어떠한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도 또 다른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온실효과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공기의 대류, 고도별 온실가스의 농도 등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대한 보다 엄밀한 실험과 조사, 연구 등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잠재적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기후 연구를 포함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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