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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 곡선이다

정해창 2010년 12월 03일 금요일
   
▲ 정해창

목사·제자감리교회 춘천연탄은행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이 땅에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임하는 것이다.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한 가지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이 땅에 연탄은행이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것이다. 연탄은행이 망하고 문을 닫았다는 말은 추운 겨울 연탄 한 장 의지해서 살아가는 에너지 빈곤층이 없어졌다는 뜻이고 그만큼 우리나라가 에너지 선진국가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연탄은행은 전국 곳곳에서 연탄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아마도 인류역사가 존재하는 날까지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것처럼 연탄이 사라지는 날이 있을지라도 연탄은 또 다른 빈곤의 아이콘이 되어서 우리들 곁에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아픔을 통해서 평화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연탄을 통해서 나눔과 사랑의 가치가 더 소중하게 살아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탄은 아름답다. 연탄은 우리 시대 빈곤과 소외의 아이콘이지만 점점 봉사와 나눔, 사랑과 따뜻함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연탄은 자신의 온 몸을 불태워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 겨울을 이기게 하는 난방수단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나눔과 사랑, 봉사와 배려의 따뜻함을 가르쳐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 되었다. 가끔 달동네 산꼭대기까지 이어진 연탄서포터들의 긴 연탄 나눔 행렬을 보면서 ‘연탄은 곡선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선은 사랑이고 곡선은 아름다움이며 곡선은 인생이다. 사람들은 직선적인 삶을 지향한다. 이리저리 휘돌아가는 곡선적인 삶보다 한걸음에 성공 목표까지 내달릴 수 있는 직선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인생의 성공이고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선적인 인생보다 곡선적인 인생이 더 아름답다. 길도 곡선이 더 여유있고 아름답다. 꼬불꼬불한 산길은 아직도 아름다운 자연의 여유와 감동을 선사한다. 고속도로로 재빨리 달리는 맛보다 예전 길로 느릿느릿 가는 맛이 훨씬 더 좋다. 비록 직선이 시간을 단축시킨다 해도 단축된 만큼 삶의 깊은 맛은 주지 못한다. 곡선은 느리고 멀리 둘러가도 깊은 맛을 건네준다. 그 맛은 사람을 부드럽게 하고 여유를 지니게 한다. 우리에게 여유와 부드러움이 없다면 인생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없다. 인생에는 행복과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눈물도 있다. 슬픔 때문에 기쁨이 더욱 소중하고, 눈물 때문에 행복이 더욱 값진 것이다. 곡선만이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마음을 낮추게 하고 굽히게 한다.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마음은 직선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참고 소외된 곳을 돌아보는 마음은 곡선의 마음이다.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곡선의 마음을 강조한 말씀이다. 사랑은 곡선이다. 아름다움은 곡선이다. 연탄은 곡선이다. 세상의 모든 강은 곡선으로 흐른다. 바다의 수평선도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산들도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예수님은 짧은 생애를 사셨지만 곡선의 삶을 사셨다. 사람을 사랑하고 기다리며 용서하고 인내하는 일에는 한없이 여유롭고 부드러운 삶을 사셨다.

오늘 세상은 우리들에게 낭비하지 말고, 헛되지 말며 한곳만 바라보며 직선의 삶을 살라고 강조한다. 연탄은행에서 만난 이들은 이웃을 바라보며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여유롭고 부드러운 곡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에게서 천사의 웃음, 천사의 소리를 듣는다. 연탄은 곡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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