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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링(huddling)의 힘

정해창 2012년 03월 09일 금요일
   
▲ 정해창

제자감리교회 춘천연탄은행 대표·목사

남극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영하 50~ 60℃의 혹한에서도 황제펭귄이 얼어 죽지 않고 생존하는 것은 서로 배려하고 서로 도와주는 허들링(huddling)의 힘 때문이다. 황제펭귄은 지구상에 생존하는 모든 펭귄들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종(種)으로 성체는 최고 122㎝에 몸무게는 22~37㎏까지 나간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 기간 동안 알을 낳는 유일한 종으로, 한겨울에 새끼를 키우는 것은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성체 펭귄들은 노래를 통해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단 한 개의 알을 낳아 그 알을 수컷에게 맡기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바다로 돌아간다. 그러면 수컷은 암컷이 돌아 올 때까지 약 4개월간 알을 발등에 올려놓고 품는다.

하지만 영하 50℃ 이하로 떨어지면 아무리 추위에 강한 펭귄이라도 신체적으로 이를 극복할 수 없어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펭귄들과 함께 모여서 상대를 원 밖으로 밀어내는 놀이와 비슷한 ‘허들링’(huddling)을 하게 된다. ‘허들링’이란 알을 품은 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으로 무리 전체가 달팽이처럼 돌면서 바깥쪽과 안쪽에 있는 펭귄들이 계속해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질 때 서로의 위치를 바꾸므로 한 겨울의 추위를 함께 극복해 가는 것이다. 추운 바람 쪽에 서 있는 펭귄과 원안에 있던 펭귄이 서서히 자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그 움직임은 아주 느리게 이뤄지지만 쉬지 않고 이동하므로 한 마리의 펭귄이 줄곧 찬바람을 맞고 서있는 일은 없다. 수 천 마리의 펭귄이 1㎡당 10마리의 비율로 빽빽이 살을 맞대고 허들링 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장관(壯觀)을 넘어서 가슴을 떨리게 한다. 저들은 저렇게 한 펭귄도 예외 없이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사랑함으로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한 남극의 혹한을 이기며 당당히 종족을 존속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인생의 혹한 겨울바다 앞에서, 때로는 인생의 절벽 앞에서 아무도 없고 나 혼자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삶을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 시지프스처럼 나 홀로 무거운 바위를 어깨에 짊어지고 삶의 돌계단을 끝없이 오르는 것 같아 절망하기도 한다. 우리가 꿈꾸는 사랑이나 행복은 다가오지 않고 자갈밭처럼 힘든 길을 나 홀로 걸어가야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나무도 바람도 하늘도 혼자가 아니듯 나도 혼자가 아니다. 종이 한 장 속에 나무가 있고 바람이 있고 구름이 있고 태양이 있듯이 우리는 누구도 홀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들의 허들링(Huddling)의 힘으로, 은혜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삶은 힘들어도 은총의 돌계단이요 사랑의 자갈밭이다. 황제 펭귄은 어떻게 하면 사람 사는 행복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지, 세상의 온갖 세찬 바람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똑똑한 인간에게 교훈한다. 서로에 대한 배려, 신뢰, 믿음,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허들링의 힘에서 온다는 것이다.

청소년 자살이나 이념적 갈등 같은 요즘 우리 사회 가슴 아픈 일들은 모두 허들링의 힘이 우리 사회에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슬픈 현상이다. 이제 우리들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서로 함께 배려하고 의지하며 보호하는 허들링이 일어난다면 세상으로부터 불어오는 그 어떤 혹한의 매서운 바람도 능히 막아내고 따뜻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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