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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서울’과 지방대학

강병로 2014년 02월 17일 월요일

‘IN 서울’에 실패(?)한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한 ‘힐링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따갑다. ‘탈 서울’을 통한 생존이 아닌, 고집스럽게 ‘IN 서울’을 부추긴다. 몹쓸 ‘서울병’이다. 어쩌면 ‘서울병’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난치병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최근 국회가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데 이어 정부가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과 ‘지방대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 등을 연이어 내 놓았다. 단어의 의미만 좇는다면 ‘탈 서울’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방대가 고사할 것’이라는 걱정이 쏟아진다.



#장면 하나

   
▲ 강병로

사회부장

스물아홉의 청년. 그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능력도 있다. 영어와 중국어 등 3개 언어에 능통하고, 사회를 꿰뚫는 안목도 높다. 대학(지방)을 다닐 때도 장학금을 받았다. 부모에겐 ‘효자 아들’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이 청년은 ‘명함’이 없다. 자신에게 당당하고 옹골찼던 청년이 사회로 나가는 문을 찾지 못한 것이다. 청년은 벌서 2년째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최근 이 청년을 만났는데 몇 년 전의 당당함을 찾기 어려웠다. 이유를 물어보니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수도권 대학 출신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보고, 능력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주려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수도권에 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참 답답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지는가 싶더니 기어이 ‘폭발’했다. “외국에 나갔더니 대한민국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물어보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조금 더 공부해서 외국에서 일하는 것이 맘 편할 것 같아요. 지방대학 나왔다고 평생 가슴 졸이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 청년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면 둘

50대 초반 자영업자. 술 친구인 그는 전형적인 중소도시 중산층이다. 그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 고향에서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아들이 2년 전 지방대학에 입학했다. ‘IN서울’이 가능한 아이였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서울로 가면 생활비와 학비가 지역에 비해 2~3배는 더 든다.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차라리 여유 있게 살아라. 서울에 가지 않는 대신, 서울생활에 소요되는 만큼의 돈을 주겠다. 선택은 네가 해라”. 아이는 지방대학에 진학했고, 건강하게 잘 다닌다고 했다.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이해했다.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다. 아버지의 선택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미래는 아이의 몫이니까.


#장면 셋

2014년 2월14일 춘천 A초등학교 졸업식. 졸업생은 270여 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2학년이 되는 아이들의 숫자는 150명이 채 안됐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11년 뒤의 상황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학령인구를 감안하면 2023년 고교 졸업생 수는 40만명으로 대학진학률을 70%로 계산했을 때 전체 대학 정원은 현재의 56만 명에서 28만 명으로 떨어진다. 국내 대학 상당수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가 ‘대학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과 ‘지방대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 등 당근책도 내놓았다. 문제는 3개 정책과 법률이 ‘대학 정원 감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지방대학 관계자는 “정부는 구조개혁 이전에 대학서열화와 지방대학 차별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 감축 등 ‘숫자 줄이기’에 급급해 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방대학의 운명은 점점 더 답답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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