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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앞에 선 박 대통령의 운명

송정록 2016년 11월 03일 목요일
   
▲ 송정록

정치·경제부장

18대 대선이 달아오르던 2012년 봄 흥미로운 책 한권이 번역돼 출간됐다.칼 마르크스의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이다.이 책은 ‘역사는 반복된다.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소극(笑劇)으로’라는 말이 수없이 인용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이 책이 18대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그 해 4월 출간됐다.그 시기에 출간된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서평들만 놓고 보면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이 되려는 당시 박근혜 후보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었다.

마르크스는 이 책에서 평범한 루이 보나파르트가 어떻게 삼촌인 나폴레옹의 뒤를 좇아 제왕의 위치에 오르게 됐는 지 분석하고 있다.당시 루이 보나파르트는 1848년 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와 절대 다수 농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삼촌인 나폴레옹의 향수에 젖어있던 프랑스 민중들에게 적절한 환상과 혁명이 가져올 전리품을 제시한 탓이다.그러나 권력을 손에 쥔 루이 보나파르트는 돌변했다.강력한 지지세력을 모두 제거하고 황제에 등극했다.바로 나폴레옹3세다.그러나 훗날 프로이센과의 전투에 패배하고 영국에서 쓸쓸한 종말을 맞는다.

이제 막 집권여당의 후보로 선출될 박 후보에게 아버지 대에 이어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책 내용은 저주같은 전망처럼 비쳐졌을 지 모른다.박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서 신승했다.반대진영에서 예고한 드라마도 개막됐다.박 대통령의 취임에 맞춰 강원도내 시가지를 장식했던 새마을 깃발은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많은 이들은 박 대통령을 통해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이 이룬 70년대 경제성장 시기의 환영을 봤을 수도 있다.그리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손에 무엇인가를 쥐어주리라는 믿음도 있었을 것이다.그것이 복지인지 경제민주화였는지 잘 모르겠지만,그리고 그게 참 막연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심하기 시작했다.경제민주화는 당선 직후 곧바로 파기됐다.증세없는 복지는 말장난이라는 비판이 새누리당 의원들 내부에서조차 터져나왔다.심지어 비판에 동참한 의원들은 박 대통령 주변으로부터 역적 취급을 받았다.

대신 내부를 더욱 공고히하는 이런저런 대책들이 이어졌다.보수의 성을 더욱 높이 쌓기 시작한 것이다.인사는 더욱 철저하게 제식구 감싸기에 들어갔다.소통은 차단됐다.국정교과서를 비롯해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아버지 세대의 환상이 오버랩되기 시작했다.비판은 통제됐고 소송으로 강제됐다.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정당화됐다.그러는 사이 박 대통령은 마치 종교처럼 불가침의 제왕이 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그 콘크리트지지가 얼마나 부질없는 지 너무 늦게 알았다.총선에서 참패를 거둔 직후에도 그리고 국민들이 참여한 시위와 입에 담기 민망한 조롱이 심지어 초·중등학생들 사이에서 계속됐어도 귀를 막았다.요즘 밝혀지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은 그 거대한 불통과 차단의 성 안에 너무 따듯하고 편안한 집(順室)에 안주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6년11월.역사는 반복될까.이 우울한 물음에 우리는 답해야한다.위대하지도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우리 시대 지도자의 몰락을 보면서 앞 선 선대의 비극에 이어 소극(笑劇)을 떠올린다는 것은 비참하다.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면 국민적 저항은 너무 당연한 결과다.김병준 총리가 임명됐지만 여전히 불안한 이유다.이제라도 국민 앞에 그동안의 과오를 낱낱이 고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차라리 이 비극적 소극을 막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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