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하루 한 끼 이상 밥을 밖에서 사 먹는 것이 보통이다.정성이 담긴 집 밥이 좋은 것은 알지만 그러고 살기는 어려운 일이다.출근을 하든 누굴 만나든 집을 떠나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요즘세상이다.밖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 보면 볼일 못 볼일 다 겪게 된다.번듯한 식당에서 잘 차려진 밥상을 받아놓고도 기분 상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다른 게 아니라 밥이 문제다.

이것저것 잘 차려져 밥상은 얼핏 보아 어디 한 곳 흠잡을 데가 없다.그러나 일단 밥공기를 열어보면 그 식당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넘치게 담은 밥에 덮개를 꽉 눌러 떡이 되다시피 하거나 뚜껑 안쪽에 수증기가 서리고 그 이슬이 밥알에 흥건한 경우도 있다.도대체 밥은 언제 지은 것인지 분간하기 조차 어렵게 된다.찬밥 더운밥 가리랴,그래도 이런 정도라면 참아 넘길만하다고 할 것이다.

몇 숟가락 뜨다보면 머리카락 같은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주인을 불러 항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모처럼 식사 기분을 공개적으로 망치고 싶지 않아 꾹 눌러 참기도 한다.더 화가 치미는 것은 밥 그릇의 중간쯤에서 전혀 다른 밥의 지층을 만나는 경우다.짐작컨대 반쯤 먹다 남은 공기에 나머지 반을 채운 것이다.그나마 정성껏 손을 본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이것은 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런 밥을 대하면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이라도 당장 물리고 싶다.주인이 밥을 어떻게 생각하고 손님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 지 다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밥 한 그릇에는 그저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상을 차린 사람의 예의와 정성이 가감 없이 들어간다.어렵게 살던 시절에도 손님이 오면 새로 따뜻한 밥을 지어 상을 내놨다.별 반찬 없어도 한 그릇 비우면 잘 대접 받은 것이다.

밥상의 메인은 밥이다.밥의 중심이 서 있지 않으면 그 밥상은 볼 것도 없다.엉터리 밥을 내놓고 들러리 반찬만 요란한 것은 본말의 전도다.작은 밥 그릇 하나에 어쩔 수 없이 그 주인이 고스란히 담기게 된다.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문화올림픽을 이야기하지만 밥상이야말로 그 가장 중요한 지표다.우리가 차린 밥상은 곧 우리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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