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품질에 B급 가격 판매 영업방식 달콤한 결실 맺었어요”
한달 수입 130만원 버스기사서
연매출 20억 대표로 인생역전
뺨 맞아가며 최고급 과일 찾아
제품 품질 이상시 이유불문 환불
매장 셀프카페 고객 발길 이어져
음식점과 주택가가 밀집된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에 과일가게가 문을 열었다.버스기사 출신 사장 부부.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과일전문매장.이곳에서 부부는 대박을 냈다.하루 매출 500만원.한달 수입이 130만원 내외였던 버스기사 출신 사장은 이제 연매출 20억원을 바라보는 과일전문매장 대표가 됐다.인생역전 주인공은 과일장사 5년차인 임성기(42)·이경하(39)씨 부부.남편 임성기씨는 지난 2013년 버스기사로는 더이상 승부를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회사를 접었다.그리고 뛰어든 것이 장모님이 하던 과일가게였다.장모님이 받아온 물건을 대신 파는 하청수준의 판매였다.가게 이름은 부인이름을 따 경하청과로 지었다.
춘천시 칠전동에 첫 매장을 차렸다.첫날 매출은 9만원.기대보다는 걱정만 쌓였다.이 때부터 임씨 부부는 일반 과일가게들과 차별화된 영업방법을 찾아 나섰다.그러다 문뜩 과일장수가 과일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임씨는 수험생의 자세로 과일공부를 했다.머리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었다.몸소 현장에서 배워야 하는 과제였다.직접 맛보고 파는,말그대로 고전적인 영업방식을 택한 것이다.이런 과정에서 임씨가 얻은 본인만의 영업전략은 속칭 ‘A급’이라 불리는 최상품을 ‘B급’가격에 파는 것이었다.이를 위해서는 유통비를 최대한 줄이고 직접 판매할 과일을 맛보는 방법 밖에 없었다.직접 차를 끌고 일주일에 3~4번 새벽마다 춘천에서 차로 2시간 이상 떨어진 서울 가락시장을 찾았다.이곳의 청과 경매장은 관행상 맛을 보고 과일을 고를 수 없지만 임씨는 무작정 도매상들의 과일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그는 “맛을 모른 채 최상의 과일을 고를 수 없고 마음놓고 팔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관행을 깬 임씨에게는 역경이 찾아왔다.일부 도매상들이 임씨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결국 뺨을 맞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그 와중에도 임씨는 굴하지 않고 꾸준히 맛을 본 뒤 과일을 구매했다.임씨가 과수원 등 농장대신 가락시장을 찾는 이유는 좋은 농장이라도 계절과 기후변화로 매일 같은 맛의 과일을 내놓을 수 없기에 그날 최고의 과일 맛을 찾기 위해서다.
노력은 임씨 부부를 배신하지 않았다.품질좋은 과일을 찾는 단골고객이 순식간에 늘었다.배달을 위해 운영하던 인터넷카페가 활성화되면서 이 부부만의 과일선택방법이 알려지게 됐다.또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사과와 배의 수급이 쏠려 저품질이 많이 나온다.때문에 큰 대목에도 소비자를 위하는 마음에 임씨는 메론 등 신선도 높은 비성수기 과일을 내놓는다.이런 이야기들이 동네아주머니나 젊은 직장여성들을 통해 입소문으로 퍼졌다.개인 고객수도 어느새 6000명을 넘어섰다.아내 경하씨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힘이 컸다”며 “최근 블루베리를 먹지 않는 여자 어린이가 어린이집에서 경하청과가 유통한 블루베리를 먹게 되면서 아이 부모가 가게를 찾은 적 있다”고 말했다.
이경하씨는 “큰 기대없이 손님을 위한 마음에 개설한 공간이 뜻밖의 효자노릇을 한다”며 성공 비결을 알렸다.남편 임성기씨도 “고객들에게 상한과일 등 좋지 못한 모습은 1%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정직한 과일로 승부하는 당연한 노력이 큰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작은 가게지만 대기업 못지않은 서비스와 대범한 영업집념이 이들 부부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를 알려줬다.본래 사업성장세에서 과한 욕심은 실패를 부르는 일이 많지만 이들 부부는 욕심보다 성심이 커 성공을 찾아오게 한 것이 아닐까.
신관호 gwanho@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