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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치는 누리자

이남규 2018년 02월 01일 목요일
▲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우리 아버지는 꽃을 싫어하셨다.아니 꽃을 싫어하신다기 보다는 꽃을 ‘사치’라고 생각해 외면하셨다는 게 맞을지 모른다.어머니가 시골집 마당가에 과꽃,봉숭아 몇 송이라도 심을라치면 아버지는 늘 “거 쓸데없는 일 하네”하고 혀를 끌끌 차셨다.아마 당신께선 당신이 경험했던 먹을 것 없던 시절,꽃 한 송이 심을 여유 공간이 있으면 콩 한포기라도 심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셨던 것 같다.유독 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파트 앞 화단에 당신만의 화려한 꽃밭을 만드셨다.아마도 그 아파트에서 어머니가 사시는 동호를 찾으려면 가장 꽃이 화려한 화단이 있는 집을 찾으면 될 듯싶다.어머니는 겨울철인 지금도 베란다 가득히 꽃 화분을 들여 놓으셨다.

누군가 꽃 이름을 잘 아는 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고 했다.왜냐하면 꽃 이야기와 식물이야기를 나눌 때 사람들은 모두 평화주의자가 되고 경쟁의식도 갈등도 일시 중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스트레스 해소와 평화를 주는 꽃도 정작 자신이 피어날 때는 산고(産苦)를 겪는다고 한다.즉 식물은 기온과 햇빛이 갑자기 변하면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쏟아 꽃을 피우고,열매를 맺고,후손인 씨앗을 남긴다고 한다.이런 생장원리를 식물학자들은 ‘스트레스 개화이론’이라고 부른단다.그리하여 개나리,진달래 같은 봄꽃은 기온이 상승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조팝나무,쪽동백 등 여름 꽃은 따가운 햇살과 강한 자외선에 스트레스를 받아 핀다.가을꽃인 구절초,코스모스 등은 기온이 떨어지면 죽음의 공포를 느껴 개화한다고 한다.

꽃이 필 때 스스로 산고를 겪는 것 못지않게 꽃 때문에 그 작년부터 최고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있었다.바로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화훼재배농가다.‘김영란 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꽃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다.지난 연말 서울 양재동 꽃 공판장의 꽃 거래량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 대비 25~30%줄었다는 소식을 접했다.최근에는 매서운 한파 때문에 화훼재배 농가에서는 시름이 깊다는 소식도 들린다.청탁금지법의 영향이 화훼산업에 특히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유통되는 꽃의 85%가량이 선물용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다는 사실이다.개정된 시행령에 꽃은 농수산물 선물로 인정해 10만원까지 허용했다.또 경조사비 허용가액을 현행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이는 대신,경조사용 화환은 별도로 5만원까지 허용했다.

농식품부가 밝힌 우리국민 1인당 꽃 소비량은 연간 1만3000원에 불과하다.말하자면 1년에 꽃다발 한 개 사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이는 연간 9만여 원에 이르는 네덜란드의 5분의 1에 불과하다.이렇게 된 데에는 꽃을 주고받는 자체가 ‘사치’라는 사회인식 때문이다.이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꽃은 꼭 필요한 생활용품이다.몇 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시상행사에 갔었는데 비싼 밥(?)은 주면서도 정작 꽃다발은 주지 않아 아쉬웠었다.다행히 최근 각종 시상행사에 가면 꽃다발을 주는 순서가 많아 고무적이다.또 농식품부나 강원도 등에서 꽃을 생활화하는 ‘일상애(愛)꽃(1테이블1플라워)’운동 등을 하고 있다.앞으로 이러한 운동도 특정부처만이 아니라 외연을 확장했으면 한다.언제나 어렵다는 목소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그래도 꽃 한 송이가 주는 작은 사치(?)는 누리고 사는 것이 그래도 살만한 세상 아닐까?

■약력 △농협중앙회 평창군지부장△강원지역보증센터장△신용보증기획부 부장△신용보증업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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