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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은 하나

이광우 2018년 06월 26일 화요일
▲ 이광우 원주 봉대초 교사
▲ 이광우 원주 봉대초 교사
“벌써 자두하고 복숭아가 다 나왔네.” “벌써라니요? 살구는 오래전에 나왔는데요.”과일을 사러 간 가게에는 자두,살구,복숭아,귤까지 있습니다.요즘에는 제철과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딸기는 추운 겨울이 제철이 됐고 수박도 봄부터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요즘 사람들 ‘철이 없다’고 하지요? 왜 그럴까요? 제철에 나는 먹을거리를 먹지 않고 철(계절)이 바뀌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지 못하며 살아서 그렇다고 하네요.사람은 자연의 한 부분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네요.

어릴 때 산과 들에서 자란 사람은 산과 들에서 강과 바닷가에서 자란 사람은 강과 바닷가에서 지낸 추억이 지금 우리 삶의 바탕을 만듭니다.자연 속에서 삶을 배웠고 자연의 법칙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지요.요즘 우리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계절의 바뀜을 느끼고 어떤 추억을 만들며 살고 있을까요?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는 있나요?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 삶 속에는 자연이 함께 있지 않습니다.아침 일찍 학교에 왔다가 저녁 늦게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으니까요.그리고 시골이나 도시나 아이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고요.아파트가 늘어선 도시에서도 논에서는 개구리가,산 속에서는 뻐꾸기가 울고 있습니다.학교 앞산에는 봄이면 진달래가 피고 아까시 나무에 하얀 꽃 꼬투리가 주렁주렁 열립니다.요즘에는 줄딸기가 빨갛게 잘 익었고 뽕나무에 열린 오디도 늦었지만 조금 따 먹을 수 있습니다.고개를 들어 산을 봐요.숲속에서 뻐꾸기가 뻐꾹뻐꾹 우리들을 어서 오라고 부릅니다.

일 년 동안 우리 반 아이들과 학교 앞산을 꾸준히 다닙니다.진달래 꽃잎을 따서 먹어보기도 하고 아까시 나무줄기에 가시를 뜯어 코뿔소가 돼 보기도 합니다.아이들과 산길을 걷다보면 꼭 옆에 붙어서 함께 가는 아이들이 있지요.길을 걸으면서 부모님 얘기,학원,친구 얘기들을 들을 수 있지요.그리고 함께 가면서 숲속에 숨어있는 각시붓꽃 같은 예쁜 들꽃을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있고요.남자 아이들은 대부분 들판에 풀어 놓은 동물들처럼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막대기 하나씩 들고 저희들끼리 잘 알아서 놉니다.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어울려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고요.산 속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많이 줍니다.걷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끼리,나무 작대기로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끼리,곤충을 좋아하는 아이들끼리,무작정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끼리,얘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서로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질서를 만들어가고 추억을 만들어 가지요.그리고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학교 앞산을 걸으며 철마다 달라지는 산의 모습과 새소리를 들으며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 손을 잡고 가까운 산과 들로 나가서 계절도 느끼고 옛 추억도 느껴보면 어떨까요.그리고 오늘 아침 내가 일하는 일터 바깥을 둘러보세요.풀과 나무들이 어린 시절 추억을 얘기해 주지 않을까요? 또 뜨거운 햇살과 함께 계절을 몸으로 느껴보세요.오늘 하루 우리 모두는 사리를 분별해 판단하는 힘이 있는 ‘철든 사람’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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