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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칼럼] 다시 캠프페이지에 대하여

김상수 2018년 09월 18일 화요일
▲ 김상수 칼럼 논설실장
▲ 김상수 칼럼 논설실장
춘천이 놀기 좋은 데라지만 막상 망설여 질 때가 많다.이상향 같던 중도(中島)는 신비를 잃었고,즐겨 찾던 고슴도치 섬은 폐허가 된 지 오래다.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트이게 하던 추억의 명소들이 하나둘 사라져 간다.누구나 그리워하는 춘천의 상징들이 부지불식간에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그나마 미군이 떠난 뒤 시민에게 돌아온 도심의 캠프페이지가 그 상실감을 메워주고 있는 것 같다.

지난 6월 선거에서 이재수 시장 후보는 이 캠프페이지 활용 방안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전임 시장 때 여러 논란 끝에 복합공원으로 가닥이 잡힌 마당이었으나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새 시정 책임자가 이전의 결정에 반드시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있는 것을 없애기도 하고 없는 것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 정치다.두 달여 검토 끝에 캠프페이지는 최근 다시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전임자의 결정을 덥석받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짚어보는 것은 필요했을 것이다.전임자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원점에서 지역의 미래를 조망하고 상상해 보는 것은 시장으로서 당연한 책무다.이 시장이 캠프페이지에 상상력을 불어넣겠다고 한 것도 그런 취지라고 본다.그러나 상상력이 공장을 지어 찍어낼 수 있는 제품은 아닐 것이다.

지난 얘기지만 한 때는 시청부지로 거론됐고 행정타운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그럴싸한 관청이 줄줄이 들어선다면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것인가.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살아났고,앞일 또한 모를 일이다.최근엔 강원도청 신축 입지로도 거론된다고 한다.굳이 요지를 깔고 앉아야 하나.다른 지역에선 도청 건물을 궁전같이 지어놓고 자랑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게 그렇게 부러워할 만한 것일까 싶다.

넓은 면적의 관청 건물이 길목을 차고 앉아 있는 것이 과연 시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것인가.대체로 과장된 디자인과 필요이상으로 큰 덩치,위압적인 외양으로 시민의 의식,보통사람들의 생각을 억누르기 십상인 것이 관청이다.쓸 만한 땅이 생기면 뭔가 써버리지 못해 안달하는 것이 자치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좀 비워두고 때를 기다리면 안 되는 것인가.다 때가 있는 것이다.

왜 자신의 임기에 모든 가능성과 잠재력을 소진해 버리려고 애를 쓰는가.때에 따라 용도를 정하고 필요에 따라 쓰면 되는 것이지 왜 그런 강박에 쫓기는지 묻게 된다.도청의 으리으리한 건물이 캠프페이지의 저 ‘허정(虛靜)함’을 한순간에 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한술 더 떠 컨벤션기능까지 장착하겠다는 마당이다.현대식 강원도청사가 이 천하의 명당에 잘도 자리 잡았다 할 것인가.

잘 사는 나라일수록 좋은 입지는 아끼고 또 아낀다고 한다.생기는 대로 요절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채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당장 할 수 있고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다.여당도 할 수 있고 야당도 할 수 있고 실력이 있는 시장도 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시장도 할 수 있다.진짜 어려운 것은 절박한 순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타이밍을 찾는 것이다.

기다리고 인내하는 것은 철학과 의지가 없이는 어렵다.하지 않아야 될 때 하지 않는 것은 해야 될 때 하는 것보다 어렵다.그것은 티가 나지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오늘 내가 인내하면 나중에 누군가 더 좋은 결정을 할 수도 있다.캠프페이지를 독보적 자산으로 만들 건가,싸구려로 써먹을 건가가 달린 문제다.캠프페이지의 모습은 결국 춘천의 품격과 총체적 역량을 드러내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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