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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대응책으로서의 인정과 사과

박찬성 변호사

데스크 2019년 11월 06일 수요일 8 면
▲ 박찬성 변호사
▲ 박찬성 변호사
변호사를 가리키는 영단어에는 ‘로이어(lawyer)’만 있는 것이 아니다.‘카운슬러(counselor)’라는 단어도 변호사를 뜻한다.‘카운슬러’는 상담사 또는 의논 상대자를 지칭하기도 하는데,모든 변호사 업무수행의 출발점이 의뢰인과의 상담이니 변호사도 상담사도 모두 ‘카운슬러’라고 불리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일이다.대개의 상담에서 사람들은 먼저,있었던 일 전부를 변호사에게 털어놓고 그에 대한 적절한 방책을 조언해 달라고 한다.그런데 종종 이런 때가 있다.이야기를 전부 들어보니 이 사람이 잘못을 범한 것이 명백하다.잘못이 이미 있는데 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형사사건에서라면 이럴 때는 잘못한 점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면서 피해자에게 사과 의사를 표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의뢰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방책이 된다.그래서 ‘잘못을 모두 인정하시고 피해자에게 사죄도 하시면서 원만하게 합의를 해보도록 하시지요.’라고 조언한다.

반응은 보통 세 가지다.첫째,‘역시 그 방법밖에는 없는 게로군요.’라면서 수긍하는 경우.둘째,더 이상 따지지 말고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라고 하니 붉으락푸르락 불쾌해하지만 마지못해 그 조언을 따르는 경우.그리고 셋째,‘무슨 놈의 변호사가 죄를 없애 줄 궁리는 안 하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느냐.’라며 분개하고 다른 사무실로 가버리는 경우.이렇듯 가끔은 변호사를 ‘마법사’와 혼동하고서는 세상의 모든 잘못을 마치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일인 양 깨끗이 지워주는 서비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나.변호사는 마법사가 아닌 것을.

세간의 일부 변호사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무죄판결이나 불기소처분을 받아줄 수 있다는 식으로 의뢰인을 은근히 유혹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하지만 필자는 이런 식의 변론이 가능하다고,그리고 올바른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의뢰인에게 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다.‘까딱 잘못했다가는’ 뉘우치는 빛이 부족한 피고인으로 몰려서 더 무거운 형의 선고를 받게 할 공산만 농후할 뿐.게다가 변호사법과 변호사윤리장전에 따르면 변호사는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며,진실을 은폐 또는 왜곡하거나 허위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그러니,있었던 사실에 대한 ‘다른 해석’을 법리적 의견으로서 제시해 보는 것은 가능할지언정,있었던 사실을 없었던 일로 둔갑시키는 것은 변호사의 역할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의뢰인으로 하여금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게 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도록 권유하는 것이 그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대응책이 되는 경우가 있다.있었던 사실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만들려고 잔꾀를 부리는 것이 법률가의 참다운 역할이 아니라는 것.재판뿐이랴,모든 일이 그렇다.마음을 담은 사과야말로,해야 할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 순간이 있다.이 어지러운 시절에,있었던 사실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과가 갖는 가치를 새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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