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인 춘천댐 공연
도장애인종합복지관 첫 개최
한수원 후원 ‘어울려 봄 연주회’
발달장애 피아니스트·합창단
점자로 가사 읽으며 노래하기도

▲ 김주형 씨의 피아노 독주
▲ 김주형 씨의 피아노 독주


“봄과 관련된 음악을 준비했으니 잘 들어주세요!”

상춘객의 발걸음이 이어진 지난 8일 춘천댐 벚꽃길. 강원대 음악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자폐성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 양승혁(21) 씨가 관객 100여명 앞에서 자신있는 목소리로 무대를 안내했다. 강원지역 장애인과 장애인가족 등이 함께 한 ‘어울려 봄 음악회’의 현장이다. 이날 무대는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주관,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 후원으로 마련됐다.

다른 피아니스트처럼 베토벤 등의 악보를 외우는 것이 쉽지 않은 양승혁씨는 자신의 장기를 살린 자작곡 ‘만남과 이별’ 등을 연주했다. 학창시절부터 만났던 선생님의 이름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만든 곡이다. 발달장애인 전유찬(강원생명과학고 1년) 학생과 김주형(23·한세대 음악학과 3년) 씨의 피아노 독주도 이어졌다. 김씨는 쇼팽의 녹턴을 들려줬다.

꽃잎 흩날리는 거리 사이로 우렁찬 노랫소리도 울려퍼졌다. 전유찬씨는 장애인 가족으로 구성된 ‘생기발랄합창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10대 발달장애인 자녀와 비장애인 부모 등으로 구성돼 올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피아노 반주를 한 김영미(53) 씨는 “아이들의 정서적 상황에 따라 연습이 안 될 때도 있었다.돌발행동을 할 때 어려움도 있지만 개성이나 퍼포먼스로 받아들이며 이끌고 있다”며 “이번 공연을 위해 비대면 연습도 많이 했는데 부모님들이 노래파일을 녹음해 틈틈이 연습시킨 결과”라고 밝혔다. 남편이 장애인 당사자로 복지관에서 지휘와 합창지도 등을 8년째 맡아온 그는 “장애인을 가르치려는 학원이나 강사자체가 적어 재능을 발견할 기회조차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 10대 발달장애인과 부모 등이 활동하는 생기발랄 합창단
▲ 10대 발달장애인과 부모 등이 활동하는 생기발랄 합창단


해냄합창단의 무대도 박수를 받았다. 도장애인종합복지관 내 장애인평생교육대학에 재학 중인 20~70대 시각·지체·발달·정신장애인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모두가 꽃이야’ 등을 노래한 이들 옆으로 다른 콘서트 못지 않은 무대연출도 이어졌다. 한 초등학생 관객이 공연중 불어내는 비눗방울도 햇살에 반짝였다.

이날 합창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이영광(춘천·44) 씨는 노래 부르면서 연신 손가락을 움직였다. 점자정보단말기로 가사를 읽으며 한 자 한 자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무대에 설 때마다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며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는데 모든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같이 가야할 동료로 인정받고 편견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20~70대 장애인들이 모인 해냄합창단의 공연 모습.
▲ 20~70대 장애인들이 모인 해냄합창단의 공연 모습.


해냄합창단원인 시각장애인 황문자(삼척·70대) 씨도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합창무대에 섰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을 볼 수 없는 황 씨는 3년여간 그를 보조한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고 이날 기분을 전했다. “봄 날씨처럼 예쁘고 상쾌하고 막 설레고 그래요. 내 마음에 꽃이 활짝 핀 것 같아요.”

이날 공연은 한수원 한강수력본부가 장애인을 위한 무대를 마련해 보자는 후원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처음 갖게 됐다. 공연 이후 더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무대를 바라는 마음도 커졌다. 엄정호 도장애인종합복지관장은 “이번 공연에 참여한 장애인과 가족 모두 공연 기회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며 “기관에서 하는 복지차원의 무대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당연히 무대에 함께 설 수있는 문화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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