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씨어터 봄봄’ 춘천서 개막
종이접기 활용한 무대 연출 호평
“여러 ‘봄봄’ 중 가장 흥미로운 각색”
지역문화 통한 한일교류 지속 예정

▲ 댄스시어터 봄봄 공연
▲ 댄스시어터 봄봄 공연


김유정의 소설 ‘봄봄’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10대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봉필’은 남자주인공 ‘나’에게 자신의 딸 ‘점순이’와 결혼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나’는 노동비를 받지 못한 채 머슴살이를 이어가지만 ‘점순이’의 키를 운운하며 혼인을 미루는 ‘봉필’을 향한 분노가 커져만 간다. ‘나’는 ‘점순이’와 결혼할 수 있을까.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음악과 춤으로 재해석한 연극 ‘댄스씨어터 봄봄’이 최근 춘천 신동면 아트팩토리봄 도모극장에서 개막, 오는 30일까지 공연을 잇는다.

문화프로덕션 도모와 드림시어터 컴퍼니가 제작한 이 공연은 한국 배우와 일본 연출가가 공동협업한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동백꽃’과 ‘금따는 콩밭’, ‘소낙비’ 등 김유정 작품을 주제로 공연을 이어온 극단 도모 배우들이 참여한 가운데 일본 현대안무가 스즈키 타쿠로(38) 씨가 연출을 맡고 무대 디자인 역시 아오야마 켄이치 씨가 맡아 마련한 공연이다.

 

▲ 스즈키 타쿠로 연출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 현장
▲ 스즈키 타쿠로 연출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 현장


비교적 단순한 등장인물들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봄봄과 달리 댄스씨어터 봄봄에는 주인공의 수가 주목을 끈다. ‘나’와 ‘점순이’로 등장하는 주인공만 무려 8명. 주인공을 빨간색과 노란색, 초록색과 파란색의 한복을 입은 4개 캐릭터로 해체했다. 색깔별로 한 쌍을 이루는 ‘점순이’와 ‘나’를 묘사한 극은 관객에게 빈틈없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종이접기를 활용한 무대 연출도 시선을 끌었다. 평면종이를 배경으로 무대를 꾸민 가운데 종이로 만든 소와 항아리 등은 평면과 입체를 오갔다.

지난 7일 개막공연을 관람한 고화정(31) 씨는 “무대를 종이접기 형태로 구현하고 빔프로젝트를 활용해 시·청각적 요소 등을 동시에 제공, 꽉 찬 공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극중 주먹밥을 던지는 퍼포먼스 등 관객 참여를 유도한 점도 재밌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객도 “종이접기를 활용한 연출이 신선해 오랜만에 재밌게 본 연극이다. 커튼콜 후 사진촬영 등에 대한 안내 체계가 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소설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더한 무대라는 점에서 호평도 잇따랐다. 일본인 유우코(30) 씨는 “‘봄봄’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관람했는데 대사가 단순해 이해가 쉬웠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 작품을 해외 연출가가 풀어내면서 비언어적 요소를 늘리고 일부 한국어와 일본어를 혼용한 극 대사도 돋보였다. 지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즈키 연출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싸움 모습을 무용으로 가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공동 작품을 또 한다면 동백꽃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역 극단이 마련한 한일합작 공연은 한일양국의 관계를 문화로 풀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이성원 배우는 “처음에는 일본 연출가라는 말에 선입견이 있었지만 연습하다보니 오히려 비슷한 문화가 많다는 걸 느꼈다”며 “쌀을 주식으로 하고 젓가락을 쓰는 공통 문화처럼 역사·정치문제와 달리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스즈키 연출가도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함께 시간보내고 밥 먹고 연습하면서 사람사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어떤 문제든 계속 같이 이야기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1월부터 한국을 방문중인 스즈키 연출가는 앞서 도쿄에서도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을 주제로 무대를 가졌었다. 양 측은 연극 교류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황운기 문화프로덕션 도모 이사장은 “오래 전부터 알던 스즈키 감독의 봄봄은 지금껏 본 ‘봄봄’ 연극 중 가장 흥미롭게 각색한 연출이라고 생각해 김유정의 본고장에서 무대를 가져보자고 제안했다”며 “일본 소설을 주제로 한 극단 공연을 도쿄에서 하자는 러브콜도 받아 문화 교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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