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의 천혜자연에서 영감받아
문화예술회관서 30일까지 첫 개인전
청년예술가 위한 지역사회 지원필요

▲ 인삼을 소재로 사진을 찍어 콜라쥬 기법을 활용해 연출한 ‘주형광배’
▲ 인삼을 소재로 사진을 찍어 콜라쥬 기법을 활용해 연출한 ‘주형광배’

 

‘nu nature’, 새로운 자연, 새로운 세계를 꿈꾸다.

박원근(26)씨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을 좋아했다. 집 밖에 온통 산, 풀, 강 등으로 홍천의 청정자연이 그의 자연을 향한 감수성을 키웠다. 길에 핀 꽃이나 풀을 유심히 관찰하고, 무슨 식물인지 알기 위해 백과사전을 찾아보고 하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홍천 연봉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대학진학을 위해 잠깐 타지에 살다가 이내 홍천으로 돌아왔다. 편의점 등 생계를 위한 일과 작가로서의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박 작가는 관심분야를 살려 화훼지다인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플로리스트, 플랜테리어, 가드너 등 식물을 활용한 작업을 다양하게 경험하며 진로를 찾아 헤맸다. 그런 시간이 박원근 씨를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 식물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세계를 표현한 ‘숲’
▲ 식물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세계를 표현한 ‘숲’

박 작가는 화훼작업을 하며 인간을 위해 버려지는 식물들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꽃잎이 하나 떨어진 꽃, 모양이 인간의 기준에 맞지 않은 것들은 가차없이 버려졌다. 버려지는 꽃들에서 연민을 느낀 그는 다양한 형태를 지닌 식물 본연의 모습에 더 천착하기 시작했다.

오는 30일까지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박원근 작가의 첫 개인전 ‘nu nature’는 그런 그의 고민이 담긴 첫 결실이다. 사진과 조형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주로 사진 작업을 많이 했던 그는 이번에 첫 개인전을 준비하며 조소작업을 처음 시도해봤다.

성분과 효능이 같음에도 모양이 예쁘지 않아 버려지는 인삼을 소재로 사진을 찍어 콜라쥬 기법으로 연출한 ‘주형광배’는 지옥도의 불을 상상하며 제작했다. 수세미, 털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만든 ‘숲’은 식물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세계를 표현했다. 심지어 인류는 없고, 인류가 만든 철의 일부만이 남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러니까 일종의 ‘복수’다. 작가가 꿈꾸는 새로운 자연은 보편적 기준에 맞지 않아 가차없이 버려졌던 존재들이 행성을 지배하는 세상이다.

“인간사회도 그러잖아요.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보편적 기준에 맞춰 살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존재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인간사회를 넘어 생태계에서 한줌 밖에 안되는 인류가 많은 것들을 평가하고 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작은 복수의 마음을 담았어요.(웃음)”

▲ 박원근 작가의 첫 개인전 ‘nu nature’가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된다.
▲ 박원근 작가의 첫 개인전 ‘nu nature’가 홍천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30일까지 개최된다.

박 작가는 조용한 목소리로 수줍게 복수를 말했다. 그 모습이 과장되지 않아 그가 작품에 담은 진정성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사실 박 작가는 고향인 홍천으로 돌아오면서 처음엔 많이 막막했더란다. 작품활동을 하고 싶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한 안정적 수입 역시 중요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히 작품활동을 해오던 그는 우연히 청년예술가를 지원한다는 한 현수막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홍천문화재단에서 올해 처음 시행한 청년예술인지원사업 공고였다.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을 위해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박 작가는 이 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박 작가는 이 지원을 통해 재료를 사고,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회까지 개최할 수 있었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고, 특히 기반이 없는 청년들이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생계안정이 중요하다. 생계안정을 위한 지원은 아직 부족하지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재단의 사업이 그 효과를 발휘했다. 박 작가 외에도 4명의 청년예술가들이 지원을 받아 꿈을 펼치고 있다.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개인전을 준비해왔다는 그는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 생겨 복수, 한을 품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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