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북평민속시장·북평권역 관광
227년 전통 북평장 전국서 발길
문화관광형 전통테마거리 성장
없는 게 없는 다양한 품목 자랑
국가등록문화재 ‘북평성당’ 등
조선 후기 서민 생활유적 남아
전천 폐철교 활용 테마공원 조성
전통 문화재+현대 관광지 공존

전국에는 수백 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주로 5일장으로 열리는 전통시장들은 조선시대부터 지역의 유통 중심지였지만 이제는 대형마트와 현대식 유통 방식으로 인해 쇠퇴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해 북평장은 장세가 오히려 확장되는 추세다. 1796년에 첫 개설돼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227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북평장은 옛날 모습 그대로 ‘교류’에 중심이 맞춰져 있으면서도, 재래시장의 관광상품화를 통해 현대적 요구도 충족시키며 재탄생하고 있다.

북평민속시장 인근 심의관 고택,

‘북평’은 순수 우리말인 ‘뒷들’에서 유래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뒤뚜르장’으로 불리며 성장을 거듭해 온 북평장은 성남 모란시장, 전북 익산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강원도 최대 규모의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며 지금도 수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매월 3·8·13·18·23·28일 등 여섯 번의 장이 설 때마다 전국에서 수많은 상인과 손님들이 찾아와 물건을 흥정하는 북평장이 번창한 것은 지리적으로 교통의 요지에 있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강원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국도 7호선 인근이며 태백에서 내려온 국도 38호선과 정선에서 넘어오는 국도 42호선이 교차하는 길목에 위치한 북평장은 울진·삼척과 강릉, 태백과 정선 등 전국에서 상인과 사람들이 모여든다.

도로가 나기 전, 원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도 북평지역은 교통의 요지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의 삼화동 지역, 백두대간 두타산의 더받이길(이기령)이 동해안과 서울·영서지방을 이어주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동해 등 영동지역에서는 소금과 각종 해산물을, 영서지역에서는 각종 생활용품 등을 가지고 와 물물교환하는 장소가 된 북평장에 보부상들이 전국에서 모여들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동해시 구미동 486-2번지(오일장길 10) 일원 동주민센터에서 경로당에 이르기까지 장터안길과 대동로를 중심으로 500여m의 14만8543㎡에 펼쳐진 북평 5일장은 규모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크다. 점포수가 노점상을 포함해 800여개에 이르는 북평장은 장날이면 어김없이 북적인다.

북평성당
북평성당

동해에서 삼척방면으로 쭉 뻗은 북평장터 도로와 뒷골목은 평소 조용한 시골 마을이지만 장날만 되면 새벽부터 시골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들고 나온 할머니, 바닷가에서 허리 숙여 긁어 모은 톳·미역 등 해초를 무릎 앞에 내놓는 아줌마, 전국을 떠돌며 능숙한 소리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상인들이 물건을 파느라 여념이 없다.

이같이 지역의 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북평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중소기업청의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 국·도비 15억원이 지원돼 주막촌과 프리마켓·쉼터·국밥거리·주차장 등이 조성됐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소기업청의 전통테마거리 조성사업에도 선정되면서 야외공연장·상징조형물·장흥각 등이 설치됐다. 2020년에는 시장과 전천·갯목까지 두루 조망할 수 있는 신축·휴게공간으로 고객지원센터가 건립됐다.

소머리국밥·메밀묵·메밀전·잔치국수·찐빵·도너츠 등 특색에 맞는 먹거리가 개발돼 고객들을 유혹하는가 하면, 홍보영상이 제작되고 캐릭터가 개발되는 등 변모를 꾀했다.

도로변과 뒷골목에 자리잡은 먹거리전·국밥거리·잡화전·채소전·어물전에는 생선류·농산물·청과류·식료품류·방앗간·건어물·의류·음식점·잡화류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을 자랑한다.

북평권역을 여행할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전통 문화재와 현대적 관광지다. 북평장 뒷골목을 지나 오일장2길 16에는 국가등록문화재 제795호 ‘북평성당’이 나온다. 1959년 완공된 북평성당은 본당에 사용된 목재 창틀과 내부천장 마감재 등이 성당을 지을 당시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고, 종탑에 사용된 종이 1960년 프랑스에서 들여온 것이라 역사적 가치가 높다.

북평시장에서 2㎞ 내에는 조선 후기에 사용됐던 가마·병풍·함지 등 민속생활용구와 서적이 보관돼 있는 주택(단실가원1길 24)인 ‘심의관 고택’, 조선 후기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활유적(지가길 110) ‘김진사 고택’ 등 강원도 유형문화재들을 관람할 수 있다.

북평시장에서 북평산업단지 내로 1㎞쯤 가면 추암공원(구호동 239) 내에 ‘송정 지석묘(支石墓)’와 ‘추암동 고분군(古墳群)’이 나온다.

송정동·부곡 지석묘(고인돌)는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돌로 만든 무덤으로, 양 옆에 긴 화강암 판석을 세워 석관형의 무덤방을 만들고 그 위로 덮개돌을 덮은 개석식 무덤이다.

추암동 고분군은 5~7세기에 축조된 신라 무덤 총 55기가 확인됐고, 무덤 안에서는 신라 동관, 대가야 양식 토기 등 400여점의 유물이 출토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어 북평시장에서 전천과 동해바다가 합류하는 길목인 갯목항 입구로 1㎞쯤 가다 우측 산으로 100m쯤 올라가면 ‘만경대(萬景臺)’가 나온다. 1613년 첨정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한 김훈이라는 선비가 건립해 말년을 보낸 곳이다. 정자(구미동 산53) 서쪽으로는 두타산, 동쪽으로는 동해항, 아래로는 전천이 굽이쳐 흐르는 등 수려한 경관을 자랑해 예로부터 시인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만경대에서 내려와 갯목항 막다른 곳(구미동 산2)에 가면 호해정(湖’海亭) 있다. 조국광복을 기념해 1947년 북평지역 주민들이 전천강과 동해바다가 맞닫고, 멀리 두타산이 바라보이는 조양산 아래에 창건한 정자다.

 어물전.
어물전.

호해정 오른쪽으로 비스듬한 계단으로 50m쯤 올라가면 할미바위(구미동 산5-1)를 만날 수 있다. 마고암(麻姑岩) 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바위는 어떤 심술궂은 사람이 힘자랑 하느라 건들건들 노는 바위를 떠밀어 바다 속에 빠뜨리자 마귀할미가 앞치마에 바위를 싸가지고 올라와 다시 그 자리에 얹어 놓았다 하여 할미바위로 불리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북평장터 옆을 흐르는 전천의 폐철교 주변(북평동 209-4) 3330㎡의 둔치에는 올들어 ‘어린이 교통광장’과 ‘어린이 놀이시설’이 조성돼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인기 코스가 되고 있다. 공사가 중단·방치된 채 40년째 흉물로 남아있는 전천 폐철교(북평동 281)를 사계절 테마공원으로 조성하는 공사도 진행돼 내년부터 시민 편의시설이 운영될 예정이다. 또 전천 북평동 갯목포구~북삼동 설운골 입구 5㎞구간에는 ‘전천 시민 여가 힐링 공간 조성사업’이 국·도비 포함 64억여원이 투입돼 올해부터 공원·녹지, 반려견 놀이터, 산책로·자전거도로 확충, 횡단 부교, 어도 설치 등의 사업에 착수해 오는 2025년말 준공될 계획이다.

이와함께 전천~구미동·단봉동 등 북평지역 일원에는 15억여원이 투입, 2026년까지 ‘북평 5일장 중심 뒤뜰 관광자원화 사업’이 추진돼 북평오일장에 포토존 설치, 보행로 정비 등 경관개선을 비롯, 전천 수변 경관 개선 등의 사업이 추진돼 관광·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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