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장환 K-water강원지역 협력단장
▲ 인장환 K-water강원지역 협력단장

세계 4대 문명은 물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중심으로,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문명의 중심이었던 유프라테스강, 티그리스강, 나일강은 현재 물 분쟁의 중심에 있다.

튀르키예의 댐 건설로 강 하류에서 물을 얻고 있는 이라크는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했다. 또한 이집트 아스완댐 건설로 나일강 주변국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문명의 발원지가 어떻게 분쟁의 씨앗으로 변모한 것일까? 그것은 물이 더 이상 어디서든 샘솟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 분쟁은 결국 이용 가능한 수자원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가뭄은 물 부족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우리의 삶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생활 용수의 부족은 제한급수로까지 이어져 일상 생활을 제한하며, 농업 용수의 부족은 농작물의 생산성을 낮춰 식량안보를 위협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물 부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뭄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2022년 남부지방의 기상 가뭄은 227.3일 동안 이어져 1974년 이후 최장기간 지속되었다. 물 공급 여건이 열악한 전남 완도의 5개 도서 지역에서는 188일간 제한급수를 단행하기도 했다. 강원지역의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2022년 한 해 동안 강원지역에는 60회의 가뭄 예·경보가 발령됐다.

특히 속초시의 경우 지속적으로 가뭄에 노출되고 있다. 물 수요량의 대부분을 하천에 의존하고 있어 강수가 적은 시기에 가뭄에 노출되기 쉽다. 속초시는 1995년부터 20년 동안 총 104일에 걸쳐 6회의 제한급수를 시행했다.

이러한 속초시의 가뭄을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존 수자원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술적인 접근과 함께 한정된 자원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제도적·사회적 변화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이상 기후가 심화할수록 전국 각지에서 물을 둘러싼 갈등 요인은 더욱 부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각 지역이 수자원 부족으로 제약받지 않도록 지역 간 혹은 유역 간 물의 재분배를 협의하고 수용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물 부족을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오래된 물 인프라를 개선, 낭비되는 물을 막아 이용 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K-water에서 시행 중인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고 누수가 발생하는 수도관을 복구해 유수율(공급량/생산량)을 높이는 사업이다. K-water 강원지역협력단은 2019년부터 강원특별자치도의 9개 지자체에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수행하며 5년간 약 1370만t의 누수를 절감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는 춘천시민(28만 명) 전체가 약 210일 동안 쓸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이제 강원지역 9개 지자체의 지방 상수도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속 가능한 물 확보를 위해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유수율을 끌어올려 새는 물을 막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전문적인 후속 관리로 유수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K-water 강원지역협력단은 지난 5년간 강원지역에 특화된 전문성과 노하우를 쌓았고, 후속 성과관리를 위한 강원지역 지자체의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 생각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문구이다. 노자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 뛰어나지만 다투지 않는다”고 말하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을 최고의 이상적인 경지로 삼는다. 이처럼 물은 생명의 상징이자 번영과 평화의 역사이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로, 올해 국내 주제는 “함께 누리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 부족 현실을 직면하고, 이로 인한 지역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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