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재킷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웅~웅~” 울었다. “아빠! 모모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말을 잇지 못하는 둘째 딸 전화 너머로 진한 슬픔이 전해졌다.

모모는 내 생애 첫 고양이다. 2005년 중학교를 다니던 큰 딸의 간청으로 만났다. 낯설던 손님은 시간이 흐르며 마음 속으로 들어와 가족이 됐다. 단 둘이 있는 날, 모모는 소파에 앉아 있는 내 곁으로 살며시 다가온다. 그리고 양반다리 한 가운데 앉아 “가릉가릉” 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홀로 지내는 고양이의 외로움을 걱정하던 두 딸의 성화에 2008년 작고 하얀 가야가 왔다. 모모는 언니답게 늘 점잖고 부드러웠다. 몇 년 후 동생에게 서열이 밀렸지만 우애는 변함없었다. 가야는 자랄수록 당당하고 독립적이었다. 창가에서 햇볕을 즐기며 문틈으로 들어오는 신선한 바람을 음미했다. 서재에 들어가 책들과 혼자 지내는 시간도 많았다.

모모와 가야는 두 딸의 사춘기를 동행했다. 부모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둘은 큰 딸의 아픔을 위로하고 둘째 딸의 외로움을 달랬다. 잠자리 두 딸의 겨드랑이와 무릎은 늘 가야와 모모 차지였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친구였다. 아픈 청춘을 치유해 다시 설 용기를 준 동반자였다.

늙고 병드는 것은 두 고양이도 피할 수 없었다. 그 옆을 굳건하게 지켜준 것은 두 딸이었다. 병원 응급실은 옆집처럼 바로 곁에 다가와 있었다. 집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수액 주사와 투약이 1년 내내 365일 반복됐다. 두 딸들은 좋아하는 여행도 뒤로한 채 병 수발을 들었다. 성실한 집사였다.

모든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가족들의 사랑을 뒤로하고 지난달 23일 가야가 하늘나라로 갔다. 그리고 19일 모모도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는 더이상 볼 수도 더이상 쓰다듬을 수도 없다. 이날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그들은 떠났지만 꿈 같고 동화 같았던 추억은 남아 우리들과 영원히 같이할 것이다. 우리 모모! 가야! 그동안 많이 고마웠다. 안녕. 남궁창성 미디어실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