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범 원주환경청장
이율범 원주환경청장

“정부가 바닷물을 시민들에게 식수로 제공하다니…” 어처구니없이 들리겠지만 작년 우루과이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기후변화로 74년 만의 최악의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바닷물이 일부 포함된 라플라타강 하구의 물을 혼합해 공급했는데 시민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던 사례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제 지구 한쪽은 폭염과 가뭄, 다른 한쪽은 홍수로 신음하는 일은 매년 일상화가 되고 있다.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서는 36시간 동안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이 내려 9명이 사망하고 5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소말리아에서는 40년 만의 가뭄 이후 홍수가 닥쳐서 22명이 사망하고 2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와 반대로 중동에서는 섭씨 5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됐으며,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였던 미국 마우이섬이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고, 몬트리올의 산불 진화를 위해 우리나라의 해외 긴급구호대원들이 파견되기도 했다.

특히, 물은 인체의 70%를 차지하며 20% 정도만 줄어들면 사망에 이르다 보니, 물의 불균형은 지역 간 갈등, 나아가 국가 간 전쟁으로도 확산되기도 해왔다.

1992년 UN은 다양한 물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했으며, 올해의 공식 주제는 ‘평화를 위한 물의 활용(Leveraging Water for Peace)’이다. 생명의 근간인 물에 대한 부족과 재해 빈발로 인한 국가 간, 지역 간 갈등해소가 시급함에 따라 평화로운 물의 이용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두 나라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강은 214개에 달하고 30억 명이 이러한 다국적 강에 의존하고 있어 다양한 국제적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3차 중동전쟁을 촉발한 요르단강 갈등, 세계에서 6번째로 큰 댐인 아타투르크댐 건설에 따른 유프라테스강 갈등, 중국 남부의 풍부한 물을 북부 산업화 지역에 공급하고자 추진하는 남수북조(南水北調) 사업으로 인한 중국과 주변국 간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국내의 경우에도 낙동강 상·하류 갈등, 도암댐 발전방류 갈등 등 많은 사례가 있으며, 정부는 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1999년부터 상수원 보호를 위해 규제받는 상류 주민을 위해 하류 주민들로부터 물이용 부담금을 부과해 상류의 환경기초시설 설치·운영, 주민지원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2019년 물관리 기본법을 제정해 통합 물관리 일원화, 국가물관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물분쟁 조정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물 순환에 기반한 물 자원의 회복탄력성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유역관리에 기반한 수질·수량관리, 자연형 홍수저감 시설 조성, 수열에너지 활성화, 투수성 포장 확대, 연간 71억t 발생하는 하수처리수의 재이용, 물시설 스마트화 등이 대표적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20세기 국가 간 분쟁 주요 원인으로 석유, 21세기에는 물을 예측하고 있으며, UN도 오는 2025년에는 인류의 60% 이상이 물 공급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내가 쓰고 있는 물 한 방울이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피 한 방울이 돼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물을 절약하고 오염을 저감하는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한 상황이다.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실개천, 하천, 바다를 이루듯 물을 절약하고 깨끗하게 하는 적은 노력이 우리 지구에 풍성하고 깨끗한 물, 모두가 평화롭게 이용하고 즐기는 상생과 평화의 물을 이루는 데 큰 보탬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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