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평등한 선거…“그림 있는 쉬운 공보물 필요”
도내 장애인기관 맞춤형 교육
문해력 부족 유권자 참정권 보장
법적의무 없어 실효성 의문
투표용지 후보사진 도입 요원

제22대 총선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지만 ‘배리어프리(barrier-free·무장벽) 선거’를 위한 개선은 매우 더디다. 소중한 한 표 행사를 준비중인 장애인들을 만나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듣고, 장애인 참정권을 높이는 방안을 연속 보도한다.

▲ 강원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관계자들이 ‘쉽게 설명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책자 등을 활용해 지역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총선 투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강원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관계자들이 ‘쉽게 설명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책자 등을 활용해 지역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총선 투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 “투표 당연히 해야죠…하지만 여전히 두려워요”

춘천에 있는 강원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도내 발달장애인 80명이 구성한 ‘자조모임’의 임원 선거가 지난 21일 진행됐다. 선거 결과, 1표 차이로 회장의 당락이 결정됐다.

‘1표’의 중요성을 눈앞에서 본 발달장애인 송재영(24)씨는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곧 총선에도 처음 참여할 예정인데 설레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많아 두렵다”고 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장애인기관도 분주하다.

강원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소규모 맞춤형 교육을 진행중이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새로 만든 ‘이해하기 쉬운 선거 공보 용어집’과 ‘쉽게 설명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책자를 활용한 교육이다.

이들 자료를 보면 “내가 국회의원이 되면 나는 저상 버스를 다니게 합니다. 저상버스는 바닥이 낮고 문에 계단이 없는 버스입니다” 등 간소화된 언어와 그림 등이 눈에 띈다. 문해력이 부족한 유권자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취지다.

이날 책자를 본 송재영 씨는 “후보 공보물도 이렇게 만들어진다면, 투표가 쉬워질 것 같다”고 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한 ‘쉽게 설명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책자와 리플릿, 달력 등 교육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한 ‘쉽게 설명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책자와 리플릿, 달력 등 교육 자료.

하지만 이같은 사항이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윤은자 사무국장은 “기존 후보 공보물 속 약력과 공약 등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림으로라도 쉽게 풀어줘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장애인들은 투표용지, 공보물 등에 사진과 그림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도입은 요원하다. 최혜영 국회의원이 2021년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자 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미국, 영국,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에서 투표용지에 후보 사진이나 정당로고를 넣어 선택을 돕는 것과 대조적이다.

발달장애인 A(35)씨는 “투표 매뉴얼은 잘 알지만 이름만으로는 찍고자 했던 후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며 “투표용지에 사진이 작게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1대 총선 당시 총 15개의 장애유형 중 지적장애·자폐성장애의 투표율이 각 48.2%와 42.3%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최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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