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곶’ 발매 기념 콘서트
백석·만해 작품 등 30곡 담겨

국내 시노래가수 1호 박경하는 정선 사북에서 30년을 살았다. 30대였던 2002년 시작한 가수생활은 벌써 20년을 지나 전국 각지의 시인들과 인연도 맺었다. 각종 문학행사에는 항상 시노래가수 박경하가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시 노래’를 불러온 그의 삶이 시일 수도 있겠다.

박경하의 3집 앨범 ‘곶’ 발매 기념 콘서트가 최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렸다. 가수 이지상과 노래패 등걸, 화가 강병규, 시인 이정록, 춤 서윤신, 핸드팬 차동혁 등이 참여한 이번 공연은 300석의 객석을 모두 채웠다. 부산에서 온 관객, 지역에서 인연을 가져온 이들 등이다.

▲ 시노래가수 박경하의 3집 발매기념 콘서트가 최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렸다.
▲ 시노래가수 박경하의 3집 발매기념 콘서트가 최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번에 발표된 박경하 3집은 일반 정규앨범 수록곡 보다 훨씬 많은 30곡을 담았다. 신동엽·백석·윤동주 등 근현대 시인부터 이태석 신부, 김해자·이정록·안상학·이산하·백무산·이강산 시인 등의 작품이 먼 바다 제주부터 고향 정선의 화절령까지 이어진다. 만해 한용운의 시 5편을 엮은 ‘만해 아리랑’을 비롯해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강기희 ‘스님은 출타중’·‘화절령’ 등 강원 시인들의 작품도 포함됐다.

‘만해 아리랑’은 6분에 달하는 대곡이고, ‘혹등고래의 노래’와 ‘숨비소리’에서는 여성 예술인의 서사가 있다. ‘돌’에서는 노랫말 자체의 순수성이 묻어나온다.

박경하 가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2집 앨범 ‘사북 늦봄’ 발매 후 6년간 틈틈이 녹음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 중간에 코로나19로 활동이 멈추고 아버지를 잃는 슬픔을 겪었으며, 목소리의 변화도 있었다. 곡 ‘화절령’에 대해 그는 “내가 살았던 곳의 역사를 잘 기억해야 한다. 누구나의 가슴에 서려있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공연하는 동안 많은 인연들이 생각나 먹먹했다”며 “시노래가수의 척박한 현실을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 박경하 시노래가수의 3집 앨범 ‘곶’ 발매 기념 콘서트가 최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렸다.
▲ 박경하 시노래가수의 3집 앨범 ‘곶’ 발매 기념 콘서트가 최근 서울 성수아트홀에서 열렸다.

고향 정선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냈다. 박경하 가수는 “사북 탄광의 채석장 아래가 바로 우리집이었고 광부였던 아버지는 결국 진폐증으로 돌아가셨다. 나를 포함한 식구들도 폐가 건강하지 않다”며 “코로나19가 끝나는 시점에 녹음한 곡에는 지금 들어도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하의 장점은 확실하다.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다. TV 경연 프로그램처럼 편곡을 극대화하거나 억지로 감정을 끌어내지 않는다. ‘시노래’라는 장르 특성상 홍보에 어려움도 겪지만,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지 역시 확고하다.

그에게 앞으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지 묻자 담백한 표현이 나왔다. “허튼 소리 안하고 좋은 시를 계속 노래로 부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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