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지역 건설업체 ‘잔인한 봄’
1월 강릉 미분양 1345호 전월비 206호↑속초 691호·양양 120호 영동 적채 심화
올해 공동주택 분양 영동지역 47.6%
작년 말 부동산업 연체 5.38% 2년 새 급증
시멘트 가격 인상 따른 공사비 상승 전망
건설업 자금 악화 지역경제 악영향 예상

영동지역은 오션뷰 열풍과 교통 호재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전국 부동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강릉 오션시티아이파크 청약 결과는 17.42대1로 전국 청약경쟁률 5위를 기록하며 좋은 결과를 보였다. 올해는 영동지역의 아파트 분양 물량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기대도 크지만, 침체된 부동산 시장으로 우려도 존재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업 대출 부실과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누적, 공사비 상승 등 건설업체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분양이 늘 수 있어 지역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강원지역 아파트 미분양 현황. 그래픽/홍석범
강원지역 아파트 미분양 현황. 그래픽/홍석범

■ 영동지역 미분양 주택 증가 강릉 도내 ‘최다’

27일 한국은행 강릉본부의 ‘강원 영동지역 건설업 동향 및 리스크 요인 점검’을 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건설업은 10년간 지역경제를 견인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삼척·안인 화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연평균 6.1%의 고성장을 이뤄내기도 했다. 또 지난 2021년 기준 건설업이 지역내총생산(GRDP)에 차지하는 비중은 14.1%로 전국 평균(5.7%)을 2배 이상 상회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영동지역의 건축착공면적은 건설경기 둔화 흐름 속에서 전년동기대비 26.1%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해외여행 금지로 국내 관광객이 급증하며 숙박시설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현재는 신규공급 여력도 약화됐다.

실제로 지난 1월 강릉의 미분양 주택은 1345호로 전월(1139호)대비 206호(18.1%)나 늘며 전체(3996호)의 33.7%를 차지, 도내에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원주 1218호, 속초 691호, 평창 335호 순이다. 양양도 120호나 쌓여 영동지역의 미분양 적채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 강릉의 미분양 주택은 326호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2월(1139호) 1000호를 넘어섰고, 불과 1년 만에 1019호(312.6%)로 4.1배나 늘어났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강릉(50호)과 속초(55호)에 각각 50호가 넘게 쌓여있다. 게다가 올해 도내 공동주택 분양은 전년 대비 4390호 증가한 1만2169호로 예정됐다. 이 중 강릉 3605호를 포함 영동지역은 총 5798호로 상당수를 차지해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 도내 부동산업 연체율 5.38% 전국 세번째

지난해 10월 시멘트업계는 6~7%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도 유사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시멘트 가격 인상은 레미콘까지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1월 말 수도권 레미콘 가격은 5.6% 인상 방안을 합의하기도 했다.

시멘트 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용 상승은 이미 악화된 건설업체 자금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제2의 태영건설 사태 발생이 우려된다. 도내 부동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5.38%로 2021년(4.24%)대비 2년 만에 1.14%p 상승하며 전국 광역시도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업 대출잔액도 2조2800억원으로 2021년(1조6400억원)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 추가 신용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에 건설업체 부실로 인한 악화요인을 줄 소지가 있다.

특히 상호금융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자산건전성 불안을 줄 수 있다. 이미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PF 만기 연장 실패, 공매절차 개시 등으로 지역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이 약화되고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다만 한국은행 강릉본부는 올해 영동지역 지자체 SOC 예산도 7200억원으로 지난해(7600억원)에 비해 줄었으나 아직 추경예산 규모가 정해지지 않아 불용액 최소화 등을 통해 예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건설업 둔화의 영향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기대했다. 강릉본부 관계자는 “올해 중앙정부 SOC 예산이 지난해보다 1조3000억원 증가한 26조4000억원 수준으로 편성된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며 “각 지자체는 정부와 협력해 SOC 관련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공공부문 건설산업을 조기 발주 하는 등 건설업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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