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성 렉처 콘서트 ‘피아노 사색’
미술 작품 활용 친근한 해설 눈길
손가락 관절 부상 속 열정적 연주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사색’ 공연이 지난 26일 춘천문예회관에서 열렸다.
▲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사색’ 공연이 지난 26일 춘천문예회관에서 열렸다.

강원대 음악학과 교수로 활동하는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렉처 콘서트(해설이 있는 음악회)인 ‘피아노 사색’ 시리즈는 독보적이다. 단순히 작품이나 작곡가의 삶을 설명하는 것 외에 다양한 화면을 통해 음악의 이해를 돕는다.

학생·청중과의 교감을 위해 기획, 2013년부터 시작한 시리즈로 음악을 하나의 학문으로 접근하면서도 듣는 즐거움을 하나씩 일깨워 준다. 음악은 ‘아는 만큼 들린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강우성 피아니스트의 9번째 ‘피아노 사색’ 공연이 지난 26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노래의 날개 위에’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은 바흐 칸타타 147번 ‘예수, 인간 소망의 기쁨’, 모차르트 ‘아 어머님께 말씀드리죠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이영조 ‘슈베르트-Lee 변주곡’, 리스트 ‘사랑의 꿈 3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으로 구성됐다. 삶과 죽음, 부활로 이어지는 프로그램과 ‘솔(G)’로 시작하는 곡을 엮은 발상이 흥미로움을 더했다.

바흐의 작품에서는 악보를 화면으로 배치해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또 변주곡을 연주하는 도중 추상화의 거장 피트 몬드리안의 생애별 작품 변화를 화면으로 선보여 감상 포인트를 가미했다. “작곡가들은 완성된 지점에 이르면 항상 그 다음을 본다”는 설명이 공감을 더했다.

그의 연주에서는 ‘사람’이 보였다. 베토벤 후기의 피아노 소나타 연주가 특히 그랬다. 숨이 끊어질 듯 하면서도 다시 자유를 찾아간다는 학구적 접근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감정의 일렁임, 소박함이 묻어나왔다.

최근 오른쪽 새끼손가락 관절 부상으로 압박 밴드를 붙인 채 연주하는 부상 투혼도 있었다. 강 피아니스트는 공연 직후 본지 기자와 만나 “손가락이 너무 아파 예전에는 잘 됐던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약지를 새끼의 지지대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진심과 연습과정이 어렴풋이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앙코르 곡으로는 쇼팽의 왈츠 작품 64의 1번과 2번이 연주됐다. 사실상 피아노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듣는 기회였다. 공연 로비에는 감상평을 적을 수 있는 모니터 화면이 설치됐는데, ‘다시 듣고 싶은 음악수업’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강우성 피아니스트는 “마음이 울컥하니 흔들리는 것도 있었다”며 “음악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막상 하고 싶은 연주가 있어도 ‘이렇게 해도 될까’를 항상 의심해 본다”는 말을 남겼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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