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석탄산업 1번지 태백
막장 ‘숭고한 산업현장’ 의미
석 달 뒤 장성광업소 문 닫아
채굴장비·소장품·향토사료 등
‘오늘도 무사히’…생활상 전시
채탄과정·광부 노고 보존기록
태백석탄박물관서 역사 한눈에

‘한장의 추억’. ‘한장’이 너무도 소중한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한장’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추위와 끼니를 걱정하던 이들에게는 몸과 마음을 채우는 생명수였다. 좁디 좁은 방 한칸, 차디찬 방바닥에서 온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면 약속이라도 한 듯 엄마, 아빠, 동생들은 시시각각 이불 속에 손을 넣어 미지근함, 뜨끈함의 온도를 만끽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잠이 들었다. ‘한장’일지라도 행복했다. ‘한장’은 ‘연탄’이다. 어느날 부엌 끄트머리에 연탄 수십장이 천장 가까이 일렬로 차곡차곡 쌓여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부자가 된 듯 든든하고 따뜻했다. 석달 뒤 마지막 남은 국내 최대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는다. ‘연탄, 석탄, 탄광, 광부’라는 글자들도 사라진다. 광부를 기억하고 석탄역사를 발굴·보존하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몫이다. 태백석탄박물관은 석탄산업의 산증인이다. 그 때 그 시절을 노래하고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막장’에서 ‘검은 노다지’ 석탄을 캤던 주름진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보자.

눈 내린 석탄박물관 전경
눈 내린 석탄박물관 전경

석탄과 자연 그리고 인간

석탄은 우리나라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으로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태백은 전국 석탄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석탄산업의 1번지이다. 비록 석유·가스 등 청정에너지에 밀려 존재 가치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가난했던 옛 시절부터 지금까지 생활연료 공급 등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네 삶과 진배없다.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도 산업역군으로서 석탄생산에 종사한 광산근로자의 업적과 석탄산업 변천사, 역사적 사실 등 석탄산업의 땀과 눈물은 잊혀져서는 안된다. 산전수전 다 겪고 인생의 끝에서 마지막으로 찾아간다고 해 이름 붙여진 ‘막장(광산이나 탄광 갱도 막다른 곳)’. 사회에서 ‘막장’은 ‘갈데까지 간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절망의 의미로 해석하지만 조관일 전 석탄공사 사장은 ‘숭고한 산업현장이자 진지한 삶의 터전, 계속전진해야 하는 희망의 상징’이라고 규정했다. ‘잊힌 과거’가 아닌 ‘기억하는 과거’여야 하는 이유다.

전시실 내부 모습
전시실 내부 모습

■ 석탄산업 대표 ‘태백석탄박물관’

총 8개의 전시실과 야외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1전시실은 지구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지질관, 2전시실은 석탄의 생성시기 등을 소개하는 석탄 생성 발견관, 3전시실은 석탄채굴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석탄채굴 이용관, 4전시실은 광산안전관, 5전시실은 석탄 관련 정책을 소개하는 광산정책관, 6전시실은 광산생활관, 7전시실은 전국 제1의 광도도시 태백을 소개하는 태백지역관, 8전시실은 체험갱도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채탄기와 광차 등 대형 광산장비가 전시돼 있다. 소장품은 총 7739점(공물·화석 1202점, 기계 장비 1763점, 도서·문서 3764점, 향토사료 685점, 광산 생활 325점)이다. 관람 소요시간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10분이다.

전시실 내부 모습
전시실 내부 모습

■ 탄광촌 금기사항

광부들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6전시실 광산생활관. 갱도 입구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에 마음이 저린다. 석탄 채굴은 불시에 탄광이 무너져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천만한 작업이다. 그래서 도시락 쌀 때 네 주걱 담지 않기, 흉몽 꾸면 출근하지 않기, 갱 내 쥐 잡지 않기, 휘파람 불지 않기 등 ‘무사 평안’을 기원하는 미신들이 자리했다. 탄탄한 어깨, 두껍고 바짝 마른 입술, 깊게 팬 주름살, 시커먼 얼굴, 거친손은 광부의 대표 모습이다.

에피소드처럼 전해오는 웃픈(웃긴데 슬픈) 이야기 중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광부)를 내쫓은 일도 있다고 한다. 온몸이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돼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낯선 사람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노동에 지쳐 서둘러 꽃단장을 하고 싶지만 씻을 곳 조차 마땅치 않았다. 광산개발 초기의 사택은 방 1칸, 부엌 1칸의 협소한 공간으로 이뤄져 작업을 마친 아버지들은 집 근처 우물에 몸을 맡겼다.

전시실 내부 모습
전시실 내부 모습

■ 광산 사고와 노출된 광부의 안전

국내의 석탄층은 외국의 탄층과 달리 지하에 매장돼 있고, 탄층·탄폭의 변화가 심해 석탄을 채굴하는 작업은 여타 작업현장 보다 훨씬 위험하다.

4전시실 광산안전관에서는 사고의 유형과 예방에 대해 알려준다.

사고의 유형으로는 운반, 가스, 낙반·붕락, 갱내화재, 출수사고 등이 있다. 대부분의 사고가 좁은 지하 채탄막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형사고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사고를 대비해 안전화, 안전모, 전기안전등, 척추보호대, 자기구명기 등 개인 보호장비가 있다. 그 외에 기계시설 검정장비, 가스 검정장비 등이 있다. 8전시실 체험갱도관은 석탄산업 이해를 돕기 위해 광산개발 초기부터 현재의 기계화된 채탄과정, 지하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작업지시 모습, 갱도의 유형, 붕락사고의 모습 등을 여러 전시보조장비의 활용을 통해 실물에 가깝게 구성,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노동자들의 노고를 전파하고 있다.

김우열 woo9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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