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강원도,강원인 100년]1.상수(上壽) 맞은 김종철 할아버지

음식은 싱겁게 말은 달콤하게 “장수비결은 끈끈한 가족애”

남미영 onlyjhm@kado.net 2020년 01월 02일 목요일 10 면
100년전 강원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1920년 한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태어나고 강릉 옥계초교가 개교했다.또 춘천출신으로 시인이자 수필가,언론인인 청오 차상찬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민족의식 고취에 앞장섰던 잡지 ‘개벽’이 창간한 해이기도 하다.강원도민일보는 새해를 맞아 강원도 100년을 재 조명하고 강원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강원도,강원인 100년’을 연재한다.


1.상수(上壽) 맞은 김종철 할아버지

▲ 부부 간의 사랑,가족의 화목을 가장 큰 장수의 비결로 꼽는 김종철 옹.좌측은 아내 김용예 할머니.
▲ 부부 간의 사랑,가족의 화목을 가장 큰 장수의 비결로 꼽는 김종철 옹.좌측은 아내 김용예 할머니.

꼿꼿한 허리,잰 걸음,총명한 눈매.팔순 남짓 돼 보이는 그는 올해 상수(上壽)를 맞은 김종철 할아버지다.100살의 나이로도 화제지만 사실 그는 100세 노인 답지 않은 정정한 체력으로 이미 마을에서는 유명인사다.유년시절부터 습관처럼 해 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김 옹은 지금도 팔굽혀펴기 100번이 거뜬하고 철봉으로 근력을 키우는 청춘이다.아침 안개가 가시기도 전 매일 자전거를 타고 마을 한 바퀴를 쉬이 돌고 무료할 때면 시장에서 장을 봐오는 일까지 100세 김 옹에게는 가뿐한 일상이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라고들 해요.100년을 살았어도 두 다리만 튼튼하면 못할 게 없고,못 갈 데가 없지요.” 병 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상수(上壽)’가 꼭 그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어린시절 부모를 따라 논밭을 일구고 평생을 그렇게 농사꾼으로 살아 온 김 옹은 100세가 된 지금도 함께 사는 며느리 일손을 거들기 위해 틈틈이 밭에 나간다.백수가 되도록 감기 몇 번 외에는 여느 잔병치레도 없었다는 김 옹.“어떻게 하면 나처럼 100살이 돼서도 건강할 수 있냐고 묻는데,다른 건 없어요.부지런히 일하고 운동했더니 100살이 되도록 여태 건강하게 살아있네.허허허.”

원주시 문막읍에 사는 김 옹은 15년 전 국제걷기대회에 출전해 50㎞를 완주하고 5년 전 국민체력왕 선발대회에서 우수한 체력으로 특별상까지 수상했다.그의 나이 95세때다.지난해에는 며느리,손녀와 함께 국제걷기대회 10㎞를 완주하기도 했다.이렇다보니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궁금해하는 것이 바로 식단이다.

“사람들이 뭘 먹어서 건강하냐고 하는데 밥 세끼 꼬박 챙겨먹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거 말고는 특별할 게 없어요.술,담배나 육식은 일절 안하고.뭐든 싱겁게 먹고 평생 나물 반찬을 즐겨온 게 건강 비결이라면 비결이지요.”

▲ 김종철 할아버지는 100세를 맞은 요즘도 아침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챙긴다.
▲ 김종철 할아버지는 100세를 맞은 요즘도 아침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을 챙긴다.

또 다른 장수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숨은 보물을 꺼내보이듯 의미심장하게 부부의 애정을 해로의 비결로 꼽았다.스물 여덟살 때 9살이나 어린 신부 김용예(91) 할머니를 만나 72년째 부부의 연을 맺고 있다.수십년 간 서로 맘 상할 일 없이 살아온 것이야말로 장수의 비결이라는 김 옹은 부부 간에도 서로 감싸주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다.

부부의 이런 삶은 자녀들은 물론 평생 노 시부모를 모셔온 며느리 김진선씨에게도 실물교훈이 됐다.“스무살 남짓에 시집와 60살이 넘도록 시부모님이 큰 소리로 다투신 일을 본 적이 없어요.이제 와 돌아보면,가족이 함께 모여살아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고 도란도란 행복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장수의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3대가 한 집에 모여 산 온기 덕분일까.올해 아흔을 넘긴 김 할머니도 양말이나 가벼운 옷가지는 손수 빨래를 할 정도로 정정하다.한 평생 아프지 않고 가족과 화목하게 살아 어떤 후회도 없다는 김 옹.인터뷰를 마치며 김 할아버지는 돌아서려는 기자에게 몇 번이고 당부의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살가운 부부 간이라도 살다보면 갈등이 일어나요.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살다보면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그러니 조그만 소리도 노엽게 하지 말고,크게 이해하고 좋은 말로 전할 줄 알아야 해요.상대의 장점을 보면 불평이 없어지고 내 안에도 행복이 찾아오지요.그럼 결국 나도,상대도,가족도,모두가 한 평생 행복하게 해로하다 갈 수 있는 겁니다.”

유난스럽지 않게,물이 흐르듯 그저 순리를 따라 살되 큰 이해심으로 행복을 찾아가라는 김 옹의 말 속에는 100세 노인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의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남미영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http://www.kado.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