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이 무너지고 있다] 관광
백두산 급부상·서해안 관광벨트 팽창

‘강원 관광’이 최근들어 눈에 띠게 위축되고 있다. 서해안에 KTX(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철도 등 SOC가 대폭 확충되고, 서해안 자치단체들이 관광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상대적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백두산·개성을 비롯 북한 관광시장 개방이 본격화 되면서 서해안과 북한 사이 ‘샌드위치 위기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원도 관광이 ‘신(新) 관동별곡’을 다시 쓰고, 르네상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백두산 직항로와 금강산관광 등 북한이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강원관광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양적 팽창 불구 경기는 제자리
관광객 체류·현지소비 늘려야



■ 경제 ‘고객’ 관광객 변화

강원도 방문 관광객은 지난해 모두 7525만4000명. 10년전 4000만명 수준이었던 관광객이 8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강원도 관광시장이 양적 팽창 만큼 실질적인 소득향상 효과를 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광객 수가 2배 가까운 팽창을 했는데, 왜 그런 반응이 나타나는 걸까. 관광객들의 지갑을 열지 못한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년중 최대 대목인 피서철은 그런 현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

해양수산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도내 동해안을 찾은 피서객은 모두 2856만명. 지난해 2341만명보다 22%가 늘었다. 전국 해수욕장 피서객 1억1443만명의 25%가 강원도 바다를 찾았다. 그런데 피서객들이 먹거리 등을 아예 싸 가지고 오거나 피서지 대형마트에서 일체를 구입, 정작 현지 소상공인들에게는 도움이 안된다는 볼멘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피서철 성수기인 지난 7월21일∼8월20일 한달간 ‘피서철 도내 관광수입 현황 시사점’을 분석하면서 외지 관광객들의 현금지출 규모가 모두 8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93억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피서철 수해로 위축됐던 관광객이 다시 늘어난데 따른 기저효과(base effect)에 주로 기인한 것이다. 특히 영서지역은 여름 피서철 외지관광객들의 현금지출 규모가 176억원으로 지난해 296억원 보다 40.5%가 감소했다.

겨울 축제도 화천산천어 축제와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고성 명태축제 등 5개 축제만 따져도 지난 겨울 모두 947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도내 겨울축제는 관광객 1인당 경제적 효과 창출액이 2만8900원으로 전국 주요 문화관광축제의 3만8200원에 아직 못 미치고 있어 관광객들의 체류와 현지 소비를 늘리는 대책이 서둘러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한산한 춘천 한류 관광지.
▲ 최근 침체를 반영하듯 설악산에 안개가 끼어있는 모습.


경기 1조50억 해양관광개발
충남 해수욕장 인파 도 추월


■ 서해안 관광의 경쟁적 팽창

▲ 최근 서해안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충남 당진 행담도와 서해대교, 대천해수욕장 머드축제와 피서객 인파 (위부터).
충남과 경기 등은 요즘 ‘서해안 시대’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데 크게 고무돼 있다. 충청남도는 최근 안면도를 포함해 태안과 보령, 서천 등 서해안권을 묶는 종합관광개발사업에 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 마리나시설과 생태체험장을 등을 갖춘 ‘서해안 어촌관광벨트(Marinpia)’ 용역 결과가 나옴에 따라 사업화를 본격화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기도는 오는 2020년까지 1조50억여원을 투입, 김포권역과 시흥·월곡권역, 대부·시화권역, 도서권역, 횡성·평택권역 등 5개권역으로 나눠 차별화된 해양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갯벌 생태체험장, 염전 체험장, 씨 월드 테마파크, 해양공원, 팬션단지, 오토캠핑장, 아쿠아랜드 등 해양관광의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남·북 교류협력 강화로 인해 백두산과 개성, 황해 해안지역을 묶는 경제·관광발전까지 예상되자 최근 경기도와 충청남도는 서해안 인접도시들을 ‘환 황해권 첨단기술산업의 국제협력 거점’으로 육성키 위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공동 신청하기도 했다.

‘관광 1번지’ 동해안 포항∼삼척이 2차선 국도에 의존, 낙후를 면치 못하는 사이 서해안은 고속도로와 KTX 등 도로시설망 확충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면서 관광발전에 날개를 다는 고무적인 상황을 맞고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여름 피서철 기간중 충남지역 45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모두 2909만명에 달한다.

도내 100개 해수욕장 2856만명을 이미 추월한 것이다. 피서철 집중호우에도 불구 3000만명에 가까운 피서객을 유치한 충남도의 여름 관광 저력이 강원도를 위협하는 본격 관광경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민간부문 관광투자 유치 확대
해양레저·해외 관광객 중점을


■ 강원관광 르네상스를 위한 과제

올해 상반기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국민여행실태조사에는 매우 이색적인 결과가 나와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월∼6월 사이 숙박 또는 당일 여행을 경험한 국민 8679명을 대상으로 향후 방문여행 희망지를 물었는데, 제주(32.1%)에 이어 북한이 20.3%를 차지했고, 강원도는 14.6%로 3위에 머물렀다.

서해안∼북한 관광벨트화가 본격화 될 경우 강원 관광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미래 상황을 가늠케 한다는 점에 주목된다. 국내 숙박여행의 경우 강원도가 부동의 1위를 고수했으나 점유 비율은 지난 2004년 16.5%였던 것이 2005년에는 15.4%로, 2006년에는 14.3%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있어 타지역의 추월 불안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내에서는 현재 겨울 축제를 중심으로 관광 4계절화 프로그램이 대폭 확충되고 있다.

겨울축제의 경우 현재 신년 해맞이 축제를 포함 모두 24개가 동절기 1∼2월 중에 개최돼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는 강원도 관광이 지나치게 높은 여름 피서철 의존도를 탈피, 4계절 관광지로 거듭나는 기폭제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스키 관광 또한 동남아 ‘한류(韓流)’ 관광객 유입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2007년 시즌(06년 11월∼07년4월) 이용객 수가 407만명에 달해 10년전(115만명)에 비해 3.5배가 급성장했다.

그러나 겨울축제는 유사·중복축제가 난립하는 등의 문제점에다 숙박 등 편의시설이 고급화 추세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스키장은 지구 온난화 악재에다 중국, 일본 등지와 해외 관광객 유치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강릉대 정의선 교수는 “강원관광은 비무장지대 생태관광, 여름 청정 바다, 단풍, 설악∼금강 연계개발 등 매력적인 자원과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관광 인프라와 사업체 빈약의 한계 때문에 성장은 있어도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없다”며 “민간부문의 관광투자 유치와 요트 오션돔 등 해양레저 활성화, 해외 스키 관광객 유치 확대 등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전문가들은 “야간 엔터테인먼트와 체험 즐길거리 등 체류형 상품을 확충하고, 환동해권 정기 해양항로 확충 등을 통한 해외 관광객 유치 전략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하고있다. 최동열 dychoi@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