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복숭아 농가 장마피해 심각
크기 작고 당도 떨어져
작년대비 생산 30% 감소

▲ 장마철 폭우로 인해 낙과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7일 춘천 동내면 신촌리의 한 농민이 썩어서 떨어진 복숭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진우

“올해처럼 생육이 좋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7일 춘천시 동내면 신촌1리 선주영(39)씨의 복숭아 농장. 바닥에는 낙과한 복숭아들이 썩어가고 있고 나무에는 복숭아를 쌌던 노란색 빈 포장지가 수두룩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는 가뭄피해를 입었고, 7월부터는 장맛비가 스며들어 ‘썩음 피해’가 발생했다.

수확철을 맞아 썩어 문드러진 복숭아와 함께 선씨의 가슴에도 멍울이 맺혔다.

일부 복숭아는 익기도 전에 떨어졌다. 긴 장마로 줄기가 웃자라 열매에 영양분이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씨는 땅에 떨어진 복숭아를 가리키며 “이런 건 덜 익어 팔지도 못한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선씨와 함께 둘러본 농장 상황은 더 심각했다.

나무에 달려 있는 복숭아는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해 어른 주먹 크기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일부는 덜 자란 상태로 익어 출하가 불가능했다.

선씨는 “덜 자란 복숭아는 상품성이 없다”며 “가족 또는 주민들과 나눠 먹어야 할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출하가 가능한 복숭아도 크기가 작아 걱정이다.

지난해 수확한 복숭아는 개당 300g 정도였으나 올해는 250g에 불과하다. 출하용 상자(4.5㎏)에는 복숭아 12개 정도가 담겼지만 올해는 18개나 담겼다. 그만큼 손해다.

햇볕을 잘 못 받고 자라 당도도 떨어진다. 선씨는 “보통 당도가 14블릭스 정도는 돼야 달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올해는 12블릭스 정도로 예년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허탈해 했다.

더구나 전체 복숭아 나무 900그루 중 150그루는 지난 겨울과 봄에 냉해를 입어 평년작도 기대하기 힘들다. 선씨는 “생산량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수확시기도 늦어졌고 상품성도 떨어지다 보니 타 지방 복숭아들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질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수확기를 맞은 대다수의 복숭아 농가들은 장마 피해로 생육부진은 물론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춘천지역 복숭아 출하를 담당하는 춘천원예농협 관계자는 “냉해에 이은 장마피해로 복숭아 생육이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춘천농업기술센터는 장마피해로 올해 복숭아 생산량이 작년보다 20~3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헌 koreas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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