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홀로 어르신 겨울나기
한파… 연탄지원 부족
연탄은행 재고 바닥
월세방엔 냉기 가득

▲ 4일 춘천 소양로 기와집골에 거주하고 있는 정애순(가명) 할머니가 얼마 남지않은 연탄을 바라보고 있다. 노학수

아침 최저온도가 영하 9도까지 떨어진 4일 오전 9시 춘천의 소양로 기와집골.

매서운 추위가 3일째 이어져 골목에는 인적은 없고 옷깃을 여미게하는 칼바람 소리만 가득했다.

바로 옆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기와집골은 수십년째 시계가 멈춘 듯 70년대 과거를 가리키고 있다.

춘천시내에 연탄 배급을 받고 있는 가구는 약 1000여 가구인데 이곳 쪽방촌에는 100여 가구가 모여 있다. 쪽방촌 대부분은 가족없이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나홀로 어르신’들이다.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월세 25만원짜리 냉기 가득한 방에 손자와 단 둘이 지내고 있는 정애순(70·가명)할머니는 오늘 추위도 매섭지만 앞으로 닥칠 기나긴 겨울이 무섭기만 하다.

몇 년 전부터 허리디스크로 생계활동을 못하는 정 할머니는 춘천시에서 지원해주는 연탄쿠폰과 타지에서 막노동을 하는 아들이 보내는 몇푼안되는 생계비가 유일한 수입이다.

이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1200여장의 연탄이 필요하지만 지원되는 연탄은 350장뿐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엔 턱없이 부족해 후원단체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지만 올해는 연탄지원이 부족할 거란 소문에 겨울나기가 벌써부터 고생스럽다.

연탄수요가 많아지면서 연탄은행 관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와 경기침체 여파로 연탄후원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춘천 연탄은행이 전달한 연탄은 20여만장. 최근 연탄창고의 재고가 바닥을 보이자 연탄 대리점의 도움으로 외상으로 배달하고 있다.

연탄은행은 이날 오전에도 찬바람이 몰아치던 기와집골에 자원봉사자들과 연탄을 배달하며 사람의 온기도 함께 전했다.

김홍천 춘천연탄은행 팀장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 많은 소외계층에게 연탄 요청이 오고 있지만 후원이 적어 걱정”이라며 “어려운 이웃들이 혹독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려면 지금 시민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학수 pressn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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