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제역 공포 축산농가를 가다
4년전 10억 부채 악몽
경기 이천·용인 확산
외부 접촉 최소화

▲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자 6일 원주시 문막읍 궁촌리의 한 양돈농가가 출입문을 굳게 닫은 채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원주/정성원
 

“2010년 구제역 재앙이 재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구제역이 빨리 종식되길 바랄 뿐입니다.”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원주와 인접한 경기도 이천과 용인지역으로 확산돼 원주지역 축산농가들이 구제역 공포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들은 24시간 방역체계를 가동하는 등 구제역 예방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6일 오전 원주시 문막읍 궁촌리의 한 양돈농가.

입구는 차량용 방역소독기와 ‘방역 상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붙은 차단막이 설치돼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끊겼다.

이곳에서 25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정태홍(60)씨는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의 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확정 판정이 결정된 뒤 가족들의 출입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숙식도 돈사 인근에 마련된 창고에서 홀로 해결한다. 인적이 끊긴 농장은 황량한 겨울바람이 불어 을씨년스럽다.

정씨는 “충북 진천에서 발병한 구제역이 경기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동 감염이 벌써 시작된 것과 다름없다”며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사전에 제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정씨는 지난 2010년 원주지역을 휩쓸고 간 구제역 악몽의 재현을 우려, 누구보다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씨는 당시 구제역으로 애지중지 사육하던 돼지 2819마리를 생매장했다. 출하를 앞둔 터라 정씨는 물론 그의 가족도 심한 상실감에 빠졌고 이로 인해 10억원이란 부채도 떠안았다.

이 때문에 정씨는 하루에 한번 꼴로 2320㎡ 규모의 돼지 우리를 돌며 직접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7채 돼지우리들을 모두 소독하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지만 정씨는 자식 같은 돼지들을 지키기 위해 새벽잠을 설친다.

그는 “구제역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감염경로조차 파악되지 않아 축산농가들의 걱정이 크다”며 “원주 인접도시에서 계속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시에서도 이동 초소 등을 확대, 운영해 구제역 바이러스의 원주 유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주지역에서는 지난 2010년 12월 23일 문막읍 취병리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후 문막읍과 소초면, 호저면, 지정면, 부론면 등 5개 읍·면에서 11건의 양성판정 구제역이 발생, 소 1260마리와 돼지 7만6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원주/정성원 jswzokook@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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