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지사 방중 취소·교류 중단 속출 우려,공존의 불씨 살릴 지혜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 간다.한반도 사드 배치가 거론되면서 중국은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고,이런 점에서 최근의 사태는 예견된 일이다.그러나 사드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핵의 대응수단으로 추진돼 왔다는 점에서 한미 간의 입장 또한 퇴로가 없는 상태다.사드 문제는 북한의 핵 문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한 현재의 대결구도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 게 작금의 사정이다.
최근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이 일본과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하면서 사태의 변화가 기대됐지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머문다.문제는 종착역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중 갈등이 전 방위적으로 확산·악화돼 간다는 것이다.한중 관계는 92년 수교 이후 과거의 적대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거론할 만큼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여전히 외교·안보적으로 한미 관계가 기본 축이지만 경제적으로 제1 교역대상국으로 발전한 것이다.
낮은 강도의 대응을 해온 중국의 태도는 사드 배치가 시작되면서 달라진다.단체여행상품을 전면 금지하면서 한국 관광의 큰 손이던 유커(遊客)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중국의 한국 상품 불매운동과 혐한시위가 강도를 더한다.중국의 보복적 조치가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면서 양국 관계의 신뢰가 무너지고 국민정서에도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다.우리나라 국민의 중국 호감도가 일본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중국의 한국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베이징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하루 전에 전격 취소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최 지사는 이번 방중을 통해 2022년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베이징 시와의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베이징 시장과의 면담과 기자회견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고 양국 간 협력과 공조를 진전시키려던 계획은 무산됐다.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비정치적 올림픽 문제가 갈등과 대치의 완충역할을 했으면 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이번 갈등은 양국 수교 이래 최대의 위기다.확대일로의 양국관계가 상당기간 냉각기를 갖고 재조정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그러나 사태가 이성을 잃고 파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한중 관계는 일시적인 갈등이나 특정 변수에 의해 양국관계가 결정적으로 좌우되는 것은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양국은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완전 단절이 어려울 만큼 긴밀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냉정을 잃지 말고 사드를 넘어 선 대안을 찾는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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