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는 착한 아이가 끝내 행복해지는 옛날이야기와 아이 셋이 살았어. 착한 척만 하던 아이가 골로 가는 이야기도 있었나, 하여간 대개 호랑이 곰방대로 시작해 행복해지는 걸로 끝나는 이야기들이었어. 아이들은 여린 단풍나무 같았지. 이야기마다 실제로 다 보았다는 할아버지가 휘어 묶어주는 대로 잘도 자라나는.



화투패 꽃점 치는 할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 날아다니는 아기단풍들, 옛날이야기가 끝나면 마루벽에 걸렸던 호랑이 어슬렁거리는 마당에서 숨바꼭질을 시작했지. 열까지 천천히 큰소리로 세고 눈을 뜨면 들켜주느라 착해지고 못 본 척해주느라 착해진 선한 이마가 바닥을 향해 걸었지. 차례가 없는 술래였지. 속 없이 착한.



숨바꼭질 하기 좋은 날이었어. 그 집 마당에 들어서면 아이들 목소리 들리는 것 같아. 열까지 세는 동안 한 아이 나무 구멍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또 한 아이 호랑이 등 뒤에 숨었다가 배시시 웃으며 나타나고. 맞아, 단풍패 꽃 속에도 숨었겠네. 맨날맨날 다시 살아나는 놀이였지. 언제부터였을까, 그 놀이 멈추었던 건.



착한 아이는 호랑이가 안 물어가?

착한 아이는 호랑이가 안 물어가.

안 물어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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