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00m 쉬운 등산로 자연경관 만끽
전쟁 당시 방어 역할 선조들 희생 담겨
부엉바위 뒷바위 추억의 데이트 옛명소
봉의산 옆구리 ‘번개시장’ 연중무휴 활발

다가오는 봄, 봉의산에 눈이 녹은 후 봄바람이 불어 봄내에 봄기운이 번져오면 동백꽃(생강나무)이 피고 진달래가 피고 이내 철쭉이 만개한다. 과거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청년들이 사랑을 싹틔웠고, 가족들이 나들이를 가기도 했던 봉의산은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봉황의 모습을 본떠 지은 이름이다.

# 춘천을 지켜온 정신이 담긴 시민들의 쉼터

1253년 고려시대 몽골의 4차 침입으로 춘천의 부민 절반이 봉의산성으로 들어갔다가 몰살당했다. 이때 몰살당한 부민이 2000여명이다. 가둬두면 항복할 줄 알았던 부민들이 결사항쟁을 하자 몰살시킨 몽골인들은 ‘이것은 정복을 해도 정복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다른 지역으로 향할 때 몰살이 아닌 회유 등으로 정복 방향을 바꿨다. 부민들의 희생으로 많은 고려인들을 지켜낸 항쟁이다. 한국전쟁 당시 춘천을 지키는 방어 전략에도 봉의산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군인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소양1교를 중심으로 봉의산 전략본부의 통제를 받아가며 3일을 버텨냈다. 이처럼 봉의산은 선조들의 희생으로 빚어낸 춘천의 정신이 담긴 장소다.

봉의산은 해발 300m로 산행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자연경관을 즐기며 등반할 수 있는 산이다. 등산로는 여러군데가 있지만 봉의산 순의비 코스는 겨울 설경을 쉽게 즐길 수 있는 코스이다. 세종호텔 옆 ‘강원도청 범이곰이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위쪽으로 난 등산코스를 따라 가볍게 산행할 수 있다. 주변에 주차할 곳도 넉넉하다.

구부러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행인을 위한 쉼터가 있다.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챙겨온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하면 잘 만들어진 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등반할 수 있다. 겨울철 눈이 덮인 등반길을 보며 걷는 것은 봉의산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봉의산 등산로는 도청 뒤편을 비롯해 소양로 비석군, 소양로현대아파트, 한림대, 삼운사, 후평동 극동아파트 등 시내 어느 방향으로든 연결돼 있다. 등산로마다 난이도 차이가 있고 산의 표정과 조망되는 시내의 풍경도 다양하다.

# 청춘, 그리고 봉의산 부엉바위

부엉바위는 전국 각지에 있는 흔한 지명이다. 주민들에 의해 구전으로 불리는 만큼 지역마다 모양, 특징이 다르다.

봉의산에도 과거 백석동 주민들에게 불렸던 부엉바위가 있다. ‘강원도청 범이곰이어린이집’ 위 봉의산 산책길을 따라 약 20m를 걸어가면 40㎝ 높이의 ‘강원도’라고 적힌 비석을 볼 수 있다. 비석 옆 샛길을 따라 약 30m를 가다보면 비스듬하게 부러진 나무를 통과해 약 15m를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폐쇄된 약수터로 가는 방향으로 봉현선원(절)과 이어져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부엉바위로 추정되는 거대한 바위를 볼 수 있다.

봉의산 부엉바위의 구전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의 봉의산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과 다름없었다. 1940년대 광복 직후 주민들이 봉의산의 나무들을 베어다가 땔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폭격을 맞아 산 곳곳이 비어 있었다.

이에따라 ‘백석동’에서 봉의산을 바라보면 부엉바위가 보였다고 한다. 백석동에 거주했던 위동한(76)씨는 “그때 우리 동네(백석동)에서 봉의산을 바라보면 얼굴이 시커멓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남자 얼굴이 우리 동네를 무섭게 노려 봤었어. 그게 부엉바위야”라고 설명했다.

위 씨는 백석동에 태어나 유년시절부터 청년기, 장년기를 보냈다.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 앞 놀이터,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같은 놀거리가 넘쳐나지만 1950년대 놀거리는 산에서 칼싸움하고 뛰어다니는 것 밖에 없었다. 위 씨는 “우리 어렸을 때는 놀거리가 없잖아, 게임이 있어 뭐가 있어 그래서 맨날 친구들이랑 산(봉의산)에 올라 뛰어다니면서 칼싸움하고 부엉바위에 올라가서 춘천시내 구경하고 그랬지”라고 회고했다.

봉의산 부엉바위는 가로 약 2m 세로 약 3m의 앞바위, 가로 약 2.5m 세로 약 3.5m의 뒷바위로 구성돼 있다. 앞바위는 백석동에서 볼 때 이목구비 뚜렷한 얼굴로 주민들에게 무서운 대상이었다면 뒷바위는 연인들과 가족들이 자주 찾는 추억의 장소였다. 위 씨는 “뒷바위는 봄에 청춘남녀들이 데이트하던 장소였어. 당시에는 데이트 할 곳이 많이 없잖아. 그러니까 봄이 되면 청춘남녀들이 여기 손 붙잡고 오는거야”라고 했다.

위씨의 유년시절 봉의산에는 부엉이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봉의산 부엉바위는 당시에 부엉이들이 머물다 갔다고 해서 주민들에 의해 ‘부엉바위’로 불렸다고 한다. 당시 그 생물이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혹은 소쩍새인지는 불확실하다. 허준구 전 춘천학연구소장은 “부엉이는 밤새 눈을 뜨고 있는 상징적인 생물인 만큼 전쟁 직후 자신의 동네를 지켜달라는 백석동 주민들의 염원에 부엉이바위라고 불린 것 같다”고 추측했다.

# 번개시장

‘새벽 3시에 열려 오전 9시에 끝난다’ 번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봉의산 등산로가 위치한 소양정길을 따라 들어가면 번개시장이 있다. 위치상으로 봉의산 옆구리에 위치한 춘천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 번개시장도 흥망성쇠의 길을 걷고 있다. 박중선 전 야시장 추진위원장은 “지역내 청년사업지원정책으로 창업을 한 청년들이 가게의 문을 닫은채 인터넷·SNS로 물건을 팔아 새로 지은 건물들에 불이 꺼져 있으니까 시장 문이 닫힌 줄 알고 사람들이 안와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번개시장의 상인들은 여전히 활기차게 영업을 하고 있다. 시장 입구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상인들과 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상판들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인심좋은 음식점은 봉의산 산행을 다녀와 가족·연인·친구들과 한끼를 해결하기에 훌륭하다. 번개시장은 상설시장으로 연중무휴 운영되나 도매시장은 새벽 3시부터 오전 9시까지 운영한다. 이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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