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
강릉시립합창단 지휘자 역임
세계합창대회 개최지 입지 다져
지역 협업·전막 오페라 공연도
오늘 서울서 예술감독 취임무대
“부족한 사람 따라줘서 고마움
같은 방향의 음악적 소통 노력
더 사랑받는 합창단 되길 바라”

최근 강릉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에서 국립합창단 단장(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민인기 지휘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국립합창단 단장 임명 소식은 그에게도 갑작스러웠다. 단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가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약 2년 9개월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강릉세계합창대회의 성공 개최와 시립합창단 창설 후 첫 전막 오페라 공연 등 성과가 많았다. 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이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취임 연주회 ‘전쟁 그리고 평화’를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민인기 국립합창단 단장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국립합창단 단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소회는.

“갑자기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 가장 크다. 국립합창단 선임 한 달 전 쯤 후보군에 선정됐다고 연락이 왔다. 공채가 아닌 초빙이고, 대외비라 함구해야 했다. 단장 채용 발표 하루 만에 임명장을 받았다. 절차가 급하게 이뤄져 마음이 무거웠다.”

-강릉에서의 성과를 돌아본다면.

“강릉세계합창대회로 강릉시립합창단과 인연을 맺었고 춘천·원주시립합창단과 함께 무대를 꾸려 좋은 평을 얻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도 함께 했고, 2022년에는 합창단 창설 이래 첫 전막 오페라 ‘마술피리’를 선보였다. 전문 성악인으로서 오페라에 대한 꿈을 가진 단원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기뻤다. 단원들 모두 프로다. 어디서 연주해도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강릉시에서도 예산을 잘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통합창은 물론 가곡, 재즈, 미사곡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시립합창단은 시민들을 위한 합창단이다. 시민들의 음악적 선호도도 다를 수 있다. 클래식부터 오패라, 재즈, 대중음악, 트로트까지 모든 것을 잘 할 수는 없지만 품격 있게 해보려 노력했다. 작년 말에는 ‘합창 음악의 역사’를 주제로 정통합창으로만 무대를 꾸렸는데 만석을 채운 관객들께 좋은 평을 받았다.”

-앙상블에 있어 뚜렷한 변화를 한 가지 꼽는다면.

“합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음정이다. 성악가마다 내는 소리의 방향이 다르다. 모든 단원들이 한 방향, 같은 음정을 낼 것을 연습때마다 요구했다. 계속하면 잔소리가 되고 힘들어지는데, 그래도 단원들이 잘 따라와 줬다. 부끄럽지만 많은 분들이 강릉시립합창단이 새로워졌다고 칭찬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단원들에게 전수하고 싶었던 부분은.

“워낙 합창단 분위기도 좋고, 열심히 한다. 진정한 프로의식을 갖고 시민 눈높이에 맞게 가려고 노력했다.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만큼 어떤 유산을 남겨주고 싶었다. 강릉에 여러 인프라가 있지만 그중 시립합창단도 있다는 점을 심어주자고 늘 얘기했었다. (떠나오면서) 단원들에게 눈물 날 정도로 미안했다. 부족한 지휘자를 잘 따라줘서 미안하고 감사했다. 시립합창단이 더욱 발전해 강원도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합창단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역과의 협업 중 기억나는 일들은.

“현장에서는 관련 세미나가 많다. 영동지역의 음악교사들에게 합창 지도법을 가르쳤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더 많이 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강릉에 더 있었더라면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연주를 더 많이 했을 것이다.”

▲ ‘강원2024 K-컬처 페스티벌’에서 민인기 지휘자가 강릉시립합창단을 지휘하는 모습.
▲ ‘강원2024 K-컬처 페스티벌’에서 민인기 지휘자가 강릉시립합창단을 지휘하는 모습.

-합창 지휘에서 고집하는 것은.

“지휘는 신체적 언어라 단원들과의 음악적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결국 단원들에게 내가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

-19일 부임 후 첫 연주회를 갖는다. 기획 의도는.

“전쟁의 비극적 참상으로 고통받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음악이 전쟁을 멈추는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지만,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향후 포부는.

“국립합창단은 창단 50년이 넘은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합창단이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겁다. 파리올림픽 등 국제적 행사도 있어 유럽 무대도 준비중이다. 여전히 이 엄청난 중책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크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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