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날리면' 표기 놓고 대통령실-MBC 갈등
전용기 탑승 불허, 기자와 비서관 말싸움 비화
재작년 11월 대통령과 기자단 출근길 문답 중단
법원 판결 계기 용산과 언론 관계복원 여부 주목

▲ MBC 문화방송. 사진/연합뉴스
▲ MBC 문화방송.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직후 시도했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의 단초를 제공했던 MBC의 ‘바이든, 날리면’ 분쟁에서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성지호 부장판사)는 12일 외교부가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MBC의 ‘자막 논란’과 관련해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판결 확정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첫 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별지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 속도로 1회 낭독하게 하고 낭독하는 동안 위 정정보도문 제목과 본문을 통상의 프로그램 자막 같은 글자체와 크기로 표기하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피고가 원고에게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간 만료 다음날부터 1일 백만원으로 계산한 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MBC는 재작년 9월 윤 대통령의 뉴욕 방문당시 발언을 보도하면서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며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부는 이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 절차를 밟았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이 논란은 그뒤 윤석열 정부와 MBC와의 정면 충돌로 확전됐다.

용산 대통령실은 같은해 11월9일 윤 대통령의 아세안+3,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MBC 출입기자들에게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를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MBC는 이에 대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용산 대통령실 기자단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 순방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실이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일방적 조치로 전체 출입기자단에 큰 혼란을 초래한 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1일 용산 대통령실로 첫 출근하면서 1층 로비에서 출입기자단과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11일 용산 대통령실로 첫 출근하면서 1층 로비에서 출입기자단과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그리고 11월18일 대통령실 1층 로비에서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 말싸움이 벌어지는 사태로 비화됐다.

사건은 윤 대통령이 오전 9시쯤 도어스테핑을 마친직후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것에 대해 ‘선택적 언론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자유롭게 비판하시기 바란다. 언론과 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이 열려있다”고 밝힌뒤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도 입법·사법·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4개의 기둥이다. 사법부가 사실과 다른 증거를 조작해서 판결했다고 할 때 국민 여러분께서 ‘사법부는 독립기관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할 건 아니지 않나?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그것이 국민 안전보장과 관련될 때는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C는) 국가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후 추가 질문을 받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으나 MBC 기자는 대통령을 향해 “MBC가 무엇을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다.

대통령실 한 비서관이 이에 “들어가시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해당 기자는 “질문도 못 하냐?”고 따져 물으면서 2분여 동안 설전이 이어졌다.

이 사건은 대통령실에서 취재보도 지원을 담당하는 비서관의 자진 사퇴로 여진이 이어졌고 용산 대통령실은 결국 나흘 뒤인 11월21일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당시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 방지방안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2022년 5월11일부터 11월18일까지 총 61회에 걸쳐 도어스테핑을 진행했다.

도어스테핑 좌초 사태를 불렀던 MBC의 ‘바이든, 날리면’ 분쟁이 일단 정부의 판정승으로 끝나면서 향후 대통령실과 언론 간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중단후 2023년 신년 기자회견, 취임 1주년 기자회견, 2024년 신년 기자회견 등을 모두 생략하며 1년 넘게 언론과 냉담(冷淡)중이다.

남궁창성 comets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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